첫아기를 기다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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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 생활을 시작한지도 거의 1년에 접어드는데 아직도 무엇하나 제대로 아내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 다만 사랑하는 그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행복감과 점점 눈에 띄게 변해져 가는 자신의 스타일로 인해 결혼생활을 실감나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무거워만 지는 몸을 이끌고 하루의 일과를 보내노라면 어서 빨리 가벼운 몸으로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르다가도 막상 출산 일이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면 다시금 움츠러들기도 한다.
첫 아기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모든 어머니들이 겪었던 소중한 경험인지도 모른다. 같이 한 몸에서 생활하는 짧고도 긴 10개월의 기간동안 어머니로부터 받는 모든 것이 그대로 투여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고통과 인내 뒤에 얻는 참 열매의 교훈을 실감 있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모태 교육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산모의 깨끗한 정신과 건강한 몸, 훌륭한 아기로 키워보겠다는 결심 자체가 생활에 대한 기대와 용기로 점철되는 매우 귀중한 보물과도 같다. 사산아가 늘어나고 보육기에서 성장하는 아기가 많아지며 생명에 대한 존귀함이 없이 유산을 하는 오늘의 흐름은 늘어나는 청소년들의 비행과 사회문제와도 비례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하나의 생명의 탄생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하나 하나가 너무나도 값진 개체들이다.
엄마와 함께 뱃속에서 자랄 때나 태어나 가족과 함께 커 가는 모든 과정이 그 머리 속에 지식과 지혜를 심게 하는 것이므로 앞으로의 자녀 교육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두렵기까지 하다.
아직 아기를 키워보지도 않고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와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사고의 기본적인 토대가 갖추어진 후에 행동으로도 나타날 수가 있다고 확신하기에 벌써부터 큰 기대와 포부 속에 아기와 함께 공부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건강한 아이를 낳겠다는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나중에 어떻게 되느냐는 생각하지 말고 자녀 교육에 대한 많은 책과, 좋은 음악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회적으로 올바른 지표가 될 수 있는 마음의 기도로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몸 속의 아기에게 이야기하는 그 시간은 내 자신의 발전과도 연관이 된다.
현실에 약삭빠르게 대처하며 돈 잘 벌고 부자로 사는 것도 좋겠지만 늦게 성공하더라도 진실과 노력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성실한 참된 인간으로 키우고싶다.
이러한 소망을 품고 기대하며 보내는 임신기간이 어쩌면 태어나 키우는 기간보다 사실 더 행복한 기간인지도 모를 일이다.
날씨가 더워지며 짜증이 날 때는 빨리 몸이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나에게 시어머님은 "한 몸에 같이 아기를 데리고 다닐 때가 편하지 태어나면 더 고생이란다"하시며 웃으신다. 그럴 때면 아기도 이제 같이 생활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이 엄마의 소원대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힘차게 움직인다. 정말 하나의 생명을 실감하게 된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혜경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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