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청소년 야구 결단식을 창고 같은 사무실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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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 야구 협회의 고질적인 무성의가 청소년 야구 대표 선수들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렸다.
야구 협회는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오하이오주 네와크에서 벌어지는 제1회 세계 청소년 야구 대회에 출전하는 청소년 대표 선수단의 결단식을 2일 하오 4시 서울 운동장 축구장 본부석 밑에 있는 창고 같은 사무실에서 타성에 젖은 무성의로 지극히 초라하게 마련, 처음으로 원정에 오르는 대부분 고교 선수들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이날 결단식이 거행된 사무실은 서울 운동장 측이 제11회 대통령 컵 국제 축구 대회를 위해 평소 창고로 쓰던 곳을 개조한 10평 정도로 좁은 데다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곳인데 그것도 임광정 회장을 비롯, 야구 협회 이사진과 직원 그리고 4명의 원로 야구인 등 10여명만이 참석했을 뿐 그 많은 야구인들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야구 협회는 당초 이 결단식을 서울 운동장 야구장에서 치르기로 했으나 비로 할 수 없이 장소를 옮겼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는데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체육회 강당을 비워놓은 채 장소 변경을 야구인들에게 재통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초라하게 결단식을 가진 것은 오랫동안의 고질적인 행정의 무성의를 잘 드러낸 것.
어떤 야구인은 『어린 선수들의 사기를 꺾고 선배 야구인들을 불신할까 두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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