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입의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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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품이 시장쟁탈전에서 이기는 절대적인 조건은 가격·품질·디자인에 있다. 그리고 이 세가지 조건이 오랜 경력을 쌓아 유명도라는 또다른 채색을 더하게 된다.
우리의 상품은 60년대 이후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해왔으나 그동안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점차 그 장점이 퇴색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품질·디자인에서 괄목할만한 개선이 이루어져왔느냐 하면 그것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가격 경쟁력면에선 후발개도국에, 품질·디자인면에선 선진국에 뒤띨어져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내적으로는 물가안정을 실현하여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대외적으로는 우리보다 우수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상품의 질을 올려지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올해부터 기술도입문호를 개방하겠다고 밝힌것은 이러한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이며 산업계가 기술도입에 열을 올리는 것도 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의류·봉제업계가 해외의 유명메이커와 기술·상표제휴를 앞다투어 하고있는 현상도 바로 품질향상을 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관계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62년 이후 80년까지 19년동안의 기술도입건수는 1천7백26건이며 국가별로는 일본것이 1천13건으로 58·7%, 미국것은 3백92건으로 22·7%를 차지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기계부문이 5백12건, 전자전기부문이 3백26건, 정유·화학부문이 3백6건의 순이다.
이러한 기술도입현황에서 알수 있는 것은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기술도입이 뒤늦게나마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과연 1차적인 첨단기술을 들여왔다고 장담할 수가 있는가하는 문제다.
또한 일본의 기술이 큰 비중을 점하고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자도입·무역등 우리의 경제협력 대상국중 일본이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기 때문에 기술도입도 당연히 그렇게 될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기술도 최첨단기술은 미·서구에서 도입한 것이며 기술대가수지도 역조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일본기술에의 과도한 의존은 기술수준의 대일 예속화 내지는 낙후된 2차기술, 부차적인 기술에 머물고 만다는 위험을 말한다.
우리가 대미·대일 경협회의에서 기술의 이전을 요구하고있는 것은 바로 이센셜한 기술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기술도입의 수용태세다.
국내에서의 기술개발투자도 결코 소홀히 할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소화해가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못지 않게 값진 것이다.
지난19년간 도입된 기술에 지불한 대가는 모두 4억5천7백83만달러에 불과하다. 만약 이 기술대가를 지불치 않고 국내개발에 썼다면 몇건의 기술을 어느 정도 해냈겠는가.
특히 짧은 기간안에 산업고도화로 이행해가려면 기술도입이 불가결하며 경제성도 충분히 찾을수 있다. 이점을 고려하여 정부는 기술도입을 권장해야하고 산업계는 도입 대상국을 다변화하여 고수준의 기술을 유치토록 해야할 것이다.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는 기술도입의 양과 질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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