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내의 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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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역기사이위지자 사부성 난기사이위지자사필성>
(일을 쉽게 생각하고 하는 자는 일을 이루지 못하고, 일을 어렵게 생각하고 하는 자는 일을 반드시 이룬다)
일은 쉽게 생각하여 소홀히 대하다가는 일을 그르치는 수가 많으므로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매사에 신중을 기하여 처리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그 분을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성군으로 떠받들면서도 그 분이 어민 방법으로 정치를 했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세종대왕의 가장 위대한 점은 모든 정책을 결정할 때는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하고 신중을 기하여, 장기간에 걸쳐「표본조사」를 질시하고 득실을 검토한 뒤에 시행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도 3년이란 기간동안 여러 방면으로 시험해보고서 마침내 반포하여 널리 쓰도록 권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세종의 뜻을 받들어 신하들도 매사에 신중히 하는 것을 정치의 제일 신조로 삼았다. 사관으로 시종하고 있던 양봉내가 칠원현감으로 나가면서,『대개 일을 쉽게 생각하고 하는 자는 일을 이루지 못하고, 일을 어렵게 생각하고 하는 자는 일을 반드시 이룬다』(세종실록)고 하였다.
이런 임금과 신하들이 있는 시대에 살던 백성들이야말로 실로 선택된 사람들이라 하겠다.
박찬수 <민족문화추진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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