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구긴「레이건」-「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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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전 현직 대통령들이 요즘 진땀을 빼고있다.「레이건」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경제계획의 정당성을 열설한것까지는 좋았는데 거물정치인 하나를 잘못 건드렸다가 혼쭐나고 말았다.
그는 기자들로부터 『「오늘」하원의장은 당신의 경제정책이 서민층을 위할게 아니라 돈 많은 사람만 우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레이건」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나도 고생을 하며 자랐기 때문에 서민사정을 잘 안다』고 전제한 후『그런 주장은 철저한 선동』이라고 답변했다.「레이건」의 회견이 끝나자 이번엔「오닐」의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금년68세에 15선의 관록을 가진「오닐」은『나는 여전히 미국대통령과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레이건」대통령도 언젠가는 하원의장직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때가 있을 것』이라고 반격한 다음 『이제 대통령과 의회간의 밀월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노정객의 대단한 협박이다. 미국과같은 이런 상황에선 불리한건 역시 「레이건」쪽이다.
날이 새자마자 「레이건」은「오닐」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 좋은 친구가 되자며 화해를 청했다. 「오닐」은 『나는 대통령으로부터 아주 흥미 있는 전화를 받았다』고 공개하고『정치는 정치다. 우리의 견해가 어제까지는 달랐으나 이제 우리는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정치도 이쯤 되면 상당한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한편「카터」전대통령은 최근사소한 일로 스타일을 구겼다.
사연인즉, 조지아에서 회고록을 집필중이던「카터」가 비서를 시켜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미군부대안의 PX나 커미서리를 출입할 자격이 있느냐를 문의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한 것이다.
「카터」측근은「카터」가 미해군에 7년간 복무한 사실을들어면세점인 미군PX에서 물건을 살 자격이 있지 않겠느냐고 백악관에 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이소식을 들은 일반국민들은 「카터」가 전직 대통령의「특혜」를 악용하려한다고 거부반응을 보였다. 일부 미국방성변호사들은『「카터」가 군복무를 한것이 사실이므로 외교관들과 같이「특별허가증」 을 받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보고있지만 여론은 복잡한 절차이전에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고작 궁리한게 국가에 세금을 안내겠다는 것이냐는 반응이다.
민주국가의「공인」은 현직에 있을 때나 그직을 떠난 후에도 계속 큰 책임이 따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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