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노, 전화로 "자수" 비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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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탈주한 소매치기 일당 등을 쫓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중근 대검검사)는 9일 노은상·문인자부부가 경찰과 친척집에 각각 전화를 걸어옴에 따라「5명의 도망자」의 연고선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있다.
노은상은 8일 상오9시30분 영등포 경찰서 수사과 직통(62-0440)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자수할 뜻을 비치는 내용으로 약 3분간 통화했으며 특유의 굵은 목소리를 수사간부들이 확인했다.
문인자도 도주다음 날인 6일 상오10시쯤 큰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주사를 맞는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하자 형부와 잠시 통화했으며, 다음날인 7일 하오4시쯤에는 「문의 친구」라는 여자가 문의 둘째 올케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경찰은 전화상태가 아주 좋아 노가 서울 시내에서 전화를 건 것으로 보며 일당이 함께 있거나 서로 연락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노의 다음 연락을 기다리는 한편 노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망을 벗어나기 위한 술책을 쓴 것일 수도 있다고 보고 연고지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했다.
경찰은 노가 『우홍식이 다리를 다쳤다』고 했으나 도주 당일 이상훈의 집에서 피묻은 런닝셔츠를 압수, 병원 뒷담을 뛰어 넘을 때 우가 철조망에 걸려 부상한 것이 아닌가 보고 영등포 일대의 병원을 조사하고 있다.
노는 지난해 검거되기 전 쫓겨다닐 때도 대담하게 영등포 경찰서에 직접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고 경찰이 밝혔다.
◇노은상의 전화 (영등포 경찰서 수사과62-0440) 8일 상오9시30분 수사과 천동환 경위가 받음.
(전화벨 울림)천경위=여보세요.
노=‥…
천경위=여보세요.
노=(특유의 굵은 목소리) 나 노은상이다. 누구냐.
천경위=아, 나 책임자입니다.
노=너희들 어떻게 할거야.
천경위=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웃기지 말라.
천경위=그래야 형량도 감형되고…. 우리 피차 경어를 씁시다. 그렇게 함부로 말해서야 되겠습니까.
노= (약간 누그러지며)좋습니다.
천경위=자수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노=우홍식이 발을 다쳤는데…. 상훈이 하고 나하고. 만 우선 자수하겠습니다.
천경위=그럼 그래야죠. 생각 잘 했어요. 언제든지 기다릴테니 자수하세요. 지금 있는 데가 어디입니까. 데리러 갈 수도 있는데….
노=….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전화 끊음. (3분간 통화)
◇문인자의 전화(6일 상오10시쯤 큰언니 집·서울 대방1동454)
큰언니 문정식씨(35)가 없어 남편 김모씨(36·상업)가 수신.
▲문인자=언니 바꿔주세요.
▲김=언니가 아파 주사를 맞고있는 중이어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
▲문=그럼 다시 연락하겠어요. (황급히 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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