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도 영화푸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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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화산업이 벌써 오래 전부터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비교적 영화를 좋아한다는 프랑스에서도 사정은 같아 1년에 한번이라도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고작 두 명에 한명 꼴이 될까 말까다.
원흉은 마찬가지로 텔리비전.
프랑스의 경우 지난 57년 영화관람객이 4억1천1백만 명이던 것이 70년엔 1억8천4백만 명으로 크게 줄어버렸고 요즘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대조적으로 TV방영 영화를 즐기는 시청자는 한해평균 40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요즘 프랑스인들의 영화에 대한 감각을 잘 보여주고 있어 흥미를 끈다.
우선은 영화관출입이 뜸하다.
지난 1년간 단 한번이라도 영화관을 찾은 사람은 조사대상자 2천명 가운데 46.6%, 영화관출입을 전혀 안한 사람이 52.3%나 된다. 나머지는 무 응답.
그나마 한달에 한번정도가 34%, 1년에 한두 차례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이 51.3%로 나타났다.
즐겨 보는 영화는 코미디물이 40.3%로 그중 으뜸이고 다음이 수사극·공상과학영화·역사물·정치물 순이다. 압도적으로 싫어하는 영화는 포르노였다.
영화선택의 기준은 소재. 무슨 이야기를 다뤘는가를 보고 영화를 고른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하고있다.
아무리 인기배우가 출연하고 이름 있는 감독이 연출한 영화라도 소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외면한다는 얘기다.
다음이「출연배우를 보고」, 「소문을 듣고」, 「신문평을 읽고」의 순이다.
TV광고나 연출감독. 영화포스터 등은 관객동원에 별로 큰 영향을 못 주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제목을 보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10% 정도였다.
이름 있는 국제영화제의 수상작품은 거의 관람한다는 쪽이 41.8%, 수상여부가 관람영화선택에 별 근거가 안 된다는 사람이 50.4%였다.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는 거의가 프랑스배우들.
「알랭·들롱」「장·폴·벨몽도」「장·가방」「아니·지라르도」「로미·슈나이더」「리노·벤튜라」「이브·몽탕」「찰즈·브론슨」「카트린·드뇌브」「마를렌·조베르」순이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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