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종무행정 혼선이 주된 이유|출범 5개월만이 무너진 조계종 집행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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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교 조계종단의 행정수반이며 종권 담당자인 이성수 총무원장이 28일 하오 종회로부터 취임 5개월만에 불신임을 받았다. 동국대 이사후보추천 및 종회의원 자격심사를 의제로 소집된 제66회 조계종 임시중앙종회는 이날 회의도중 일부의원의 긴급동의에 따라 총무원장을 상대로 한 종정질의를 전개, 불국사의 후임주지임명문제 등에 얽힌 종무행정의 난맥상을 힐책하고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이 총무원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종회는 전격적으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붙여 출석의원 25명(재적 27명)중 24대 1로 결의했다.
종회는 후임총무원장 선출에 앞서「연령 50세 이상, 법랍 30년 이상」이라는 종법상의 총무원장 자격요건을「45세 이상, 법랍 25년 이상」으로 개정, 완화시켜 현재 48세인 초우스님의 충무원장선출에 필요한 법 절차를 밟기도 했다.
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은 ▲인사문제를 비롯한 종무행정난맥 ▲불국사 후임주지 임명의 지연과 잡음 ▲불교중흥방향의 제시실패 ▲중요불교 행사에서의 주도권상실 ▲군소종단과의 종단협의회창립 문제 등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불국사주지 문제는 7, 8명에게 임명의 언질을 주면서 3개월 째 임명을 지연해왔고「국가를 위한 기원법회」「국회의원 수계식」등의 최근 불교계 행사에서 종단집행부가 주도권을 잡지 못했으며 종단의회 등을 만들어 금기시 하는 대표승단과의 밀월관계를 가졌다는 등을 이 총무원장의 중요 질책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이면의 배경은 이 총무원장을 출현시킨 범어·통도·일부의「월」자 문중(법주사 중심의「월」자 법명 문도)이 인사문제혼선 등에 불만을 품고 등을 돌림으로써 이 원장체제는 사상누각이 됐다는 점이 불신임의 중요원인인 것 같다 다음으로는 지난 3월 자진사임한 불국사의 최월산 주지후임문제를 둘러싸고「월」자 문중을 중심으로 일어난 치열한 후임경쟁이 각 문중의 총무원 지지판도를 요동시켜 끝내 총무원장의 불신임사태까지 몰아왔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불교계 정화」(80년10월27일)후의 종단정상화방침에 따라 발족한 이성수 총무원집행부가 5개월만에 무너졌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조계종사태를 밝게만 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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