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 씨의 시『우리들의 하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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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달의 시중에서는 김형영 씨의『우리들의 하늘』(문학사상) 김여정 씨의『파도는 갈기를 날리며』(한국문학) 문충성 씨의『진달래 꽃』(문학사상) 이태수 씨의『불빛은 멀고』(문학사상)등이 수준작으로 평론가들에 의해 지적됐다.
김형영 씨의『우리들의 하늘』은 삶의 고통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삶이 고달프면 죽고 싶어진다. 그러나 죽는 것은 고달프고 지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보다 더 어렵고 그래서 우리는 또 살아보는 것이다. 삶이란 사랑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그의 시작노트에서 밝힌 것과 같이 시인이 현실에서 겪는 고통의 양은 크다.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은 어둠에 갇혀있네><바람은 온 몸으로 어둠을 밀어내지만 그건 헛일 모두>이라고 시인은 삶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도 <먼동을 먼동이 트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는>기원을 담는다.
김씨가 오랜 투병생활을 하고 종교에 귀의하여 새로운 삶을 얻고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시는 종교적인 구도와 빛을 희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에는 김씨 특유의 헐떡거리려는「리듬」이 남아있다.
김여정 씨의『파도는 갈기를 날리며』는 깔끔한 시다. 일상적인 경험의 세계인 쌀·석유등에서 초경험의 세계로 나아간다.
무엇을 듣게 하기 보다 보여주는 작품이다. 운율을 살리려고 애썼지만 주제가 모호해졌다는 아쉬움이 있다.
문충성 씨의『진달래 꽃』에는 그리움이 담겼다. 진달래를 사랑했던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진 소품이다.
이태수 씨의『불빛은 멀고』는 시인의 강렬한 의식이 <밤은 느리고 질기게 어둠을 몰아내고>등의 귀절에서 나타나 있다.

<창살을 잡은 시린 두 손을 가끔씩 비벼볼 따름이다>에서 시인의 아픔을 볼 수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이씨는 연약한 것 같은 외면 속에 강함을 지닌 작품을 쓰는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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