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人 과학in] 과학기술 관점서 본 창조경제 걸림돌 일곱 가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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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10면

최근 10년간 2만 달러 덫에 갇혀 선진국 문턱에서 서성이는 대한민국.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의 힘으로 우리가 처한 난국을 돌파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의지와 선진국 염원이 담긴 출사표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차갑기만 하다. 무엇이 창조경제 실현을 방해하는가?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일곱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사회적 이슈와 창조경제의 연결이 명확지 못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난제는 고용·성장·출산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되는데, 창조경제가 이들 세 가지 핵심 과제와의 연계성이 뚜렷이 설명되지 못하면서 정책지향점이 흐려지고 있다. 따라서 창조경제와 이들 핵심 과제 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해 이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둘째, 부처 간의 실질적인 협력 부족이다. 혹시 창조경제가 대통령이 명령하니 따라서 하는 ‘받아쓰기’ 어젠다가 아닌지 점검할 일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범부처적 실질협력이 필요한 국책 어젠다를 발굴해 실행하는 노력을 과연 얼마나 경주하고 있는가다.

 셋째, 과학기술적 성과에 대한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선진형 과학기술 정책은 ‘단기 효율성’이 아닌 ‘중장기 효과성’을 추구하는 데 있다. 따라서 모든 과학기술 영역에서 단기 효과를 추구함은 실패로 귀착되기 마련이다. 다만 R&D 성과에 대한 실용화 촉진은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야 하고, IT와 BT의 혁신 요소를 국가경쟁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1980년대 미국의 화려한 경제부흥은 Bay-Dole Act(기술이전촉진법) 제정으로 촉발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기술창업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라. 기술창업이야말로 경제에 새 생명(기술)과 활력(창업)을 불어넣는 ‘꽃 중의 꽃’이다. 따라서 기술창업자를 우리 사회의 ‘소영웅’으로 우대하고, 고용창출이 수반되는 경우 정부가 나서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고용인력에 대한 초기 인건비 지원도 필요하다.

 다섯째, 성장 동력은 산업계가 주도하도록 하라. 정부 혹은 공공영역이 지나치게 주도하면 실패를 자초하게 된다. 정부는 분위기와 인프라 조성에 전념하면서, 산학협력을 이끌어내고 고용과 기술혁신의 양 날개 균형추를 맞추는 역할을 하면 된다.

 여섯째, 정부 R&D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올해 정부R&D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정부 예산 전체의 5.1%가 넘는다. 거의 세계 최고 비율이지만 복지예산 수요 급증으로 향후 전망은 매우 어둡다. 따라서 주어진 예산의 효율성에 눈을 돌려야 하며, 정부R&D가 진정한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과 판을 짜야 할 때다.

 일곱째, 출연(연)을 제대로 활용하라. 미래부 산하에 25개 이공계 출연(연) 예산은 연간 4조원이 넘는다. 이들이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또한 23개에 달하는 경제인문사회 계열 연구소들을 국가 싱크탱크로 잘 활용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일부 전문성이 결여된 공직자 사회를 재충전시키면서 미래 국가발전 방향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신문고 역할을 이들 국책연구소가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오랫동안 서성이고 있는 대한민국에 창조경제야말로 ‘절박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데 우리 모두 이견이 없다. 이제 우리도 ‘시시포스 신화’와 같았던 지난 10년의 좌절에서 벗어나 선진국의 큰 길로 당당히 나아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의 걸림돌에 대한 사려 깊은 제거 작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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