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기분 후회 없이 뛰겠다"|배구대표 복귀한 권인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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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제 모든 정성을 다 바쳐 후회 없는 대표선수생활을 하겠어요.』우리나라 여자배구사상 처음으로 주부이면서 21일 배구협회에 의해 대표선수로 뽑힌 권인숙(25·도로공사)은 그 큰 입을 활짝 벌리며 밝게 웃는다.
183㎝, 70㎏. 국내 최장신 여자대표선수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하다 불운하게 코트를 떠났던 그녀였기에 코트복귀 40일만에 찾아온 엄청난(?) 영광에 다른 어느 선수보다 감회가 깊은 것 같다. 『글쎄 제가 대표팀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조그마한 힘이지만 대표팀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지요.』
그녀는 지난12일 마산에서 끝난 제36회 전국남녀종별 배구선수권대회에서 철벽의 블로킹과 빠른 중앙속공으로 강호 태광산업·후지필름 등을 연파, 중위권에서 맴돌던 도로공사를 일약 준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권이 코트를 떠난 것은 80년7월1일. 부산에서 열린 실업연맹전을 끝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 배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가 갑자기 코트를 떠나게된 것은 아버지가 80년6월 갑자기 고혈압으로 쓰러지자 정신적으로 심한 타격을 받았고 장녀로서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대표 선수의 자리를 그만두고 말았다.
3개월에 걸친 투병생활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고 전 국가대표배구선수였던 안병만(27·금성)과 결혼, 차차 생활에 안정을 찾게된 권은 배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코트를 찾기 시작했다.
권은 지난4월10일 도로공사 측의 특별한 배려로 다시 코트에 나서기 시작, 하루 6시간30분의 강훈련을 잘 견디어 주부선수로서의 컴백에 성공한 것.
월드컵배구대회(11월·일본)를 불과 5개월 남겨놓고 있는 한국여자배구는 권인숙의 성장과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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