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협」창립에 대한 이근배씨 글을 읽고|단체 많으면 잡음·반목만 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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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동문학 단체가 문협선거의 여파로 둘로 쪼개지고, 그 감정이 점증되어 끝내 법정문제로 비화되었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문인이 많을 것이다. 근 10여년만에 이제 그 감정이 어느 정도 치유되긴 했지만 양립 된 단체원끼리 아직도 뭔가 서먹서먹하고, 찜찜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험은 소설가들의 모임이 양분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음을 나는 들은 일이 있다.
그러다가 소설가들은 지난 해 하나로 통합하는 슬기를 보였고, 통합을 통해 비로소 친목단체로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동일한 목적으로 단체를 여럿 만들었을 때 목적과는 달리 극심한 감정 충돌과 잡음만을 낳는 다는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인들의 단체가 결성될 때 대부분 그 목적을「권익옹호」와 「친목」으로 잡지만 결국 목적과는 달리 소속을 달리한 회원끼리 극심한 반목과 질시, 감정적 대립만이 무성해서 양식 있는 사람들의 지탄만 받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이러한 사정은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사람이 호도 시키려해도 어쩔 수 없는 전철이 이근배씨의 말을 무력하게 만들기에 족하다.
나는 문인들이 만드는 단체가 노동자가 만드는 노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들 근로자들의 조합은 보수와 근로조건의 개선등을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며, 종사하는 업체에 따라 그 조건이 다를 수도 있어 그처럼 계열별 조직이 필요하지만 문인들은 그와 같지 않은 동일한 일의 종사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인들에게도 생존하기 위한「자기 방어와 권리주장을 펴나갈 유기체」로서의 단체가 많을수록 좋다는 이씨의 주장으로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 그러한 당위성 때문에 건전한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다면 어째서 하필이면 문인협 선거가 끝난 직후 그 선거에서 임원으로 입후보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그런 기치를 든 것일까? 새 단체의 결성에 핵심적인 활동을 했고, 새 단체의 부이사장이란 직책을 맡은 이씨 자신이 문인협 임원선출에 두번이나 고배를 든 일이있고, 지난 선거에도 출마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에게 석연찮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 정치인들의 그 숱한 이합집산의 모습을 그처럼 닮았는가 말이다. 문인들의 단체는 이익 추구만을 의한 것도 아니고 문인들은 정치가들처럼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못하면 등을 돌리고는 상대를 헐뜯고 욕질하는 추태를 보여서도 안 된다. 이씨가 말한대로 문인들은 『정신 문화의 열선에서 창조적 작업을 수행하는』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씨가 문협정관과 관련해서『장기집권』이니『지도자』니 하는 말을 쓰고있는데 대해서도 심한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문인협회임원으로 선출되는 것을「집권」으로 보는 이런 이씨의 사고방식이 오늘의 사태를 몰고 온 핵심이요, 다른 구구한 이야기는 변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인도 이제 옛 선비들의 그 곧고 꼿꼿한 의지와 절개를 버리고 권세 지향,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될 만큼 타락하기에 이르렀단 말인가?
문인협회 정관중 이씨가 주장한 부분에 대해 상당한 회원들이 공감하고 있어 지난번 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하자는 건의를 받아들였고, 이사회에서 정관개점소위윈회를 구성한 일이 있다.
지금 한참 그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씨는 어째서 그 귀추를 좀더 두고보지 못했을까? 이씨가 주장한 정관상의 문제점이 개정되어도 그러한 이씨의 주장은 계속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이씨는 또「일당백」이니「지도자」이니 하는 말을 써서 문인의 비중을 함부로 갈라놓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 과연 문인을 두고 그런 표현을 해도「친목」과「권익옹호」에 도움이 되는 건지 묻고싶다.
이씨와 동조하는「일당천」두 사람만으로 문협 전회원을 무력하게 할 그런 잣대를 과연 갖고 있는 것일까?
아뭏든 작금의 사태가 부끄럽고 한심스럽다. 양식 있는 분들의 지탄이 두렵고 송구스럽다.문협에 문제가 있다면 이 기회에 크게 반성할 일이고, 이런 부끄러운 꼴을 연출한 사람들도 각성해야하리라 믿는다. <아동문학가·문인협 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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