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모자 구하려다 역무원 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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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역구내에서 달려오는 열차를 보지못하고 철길을 건너던 모자를 구하기위해 철길에 뛰어들었던 역무원이 여인과함께 열차에 치여 숨졌다.
10일 밤9시35분쯤 서울 남가좌동 293 가좌역 구내에서 역무원 한영섭씨 (54)가 3살난 사내아이를 업은 30대여인이 상행선 철길을 건너는 것을 보고 이들을 구하려고 뛰어들었으나 3명 모두 수색발 서울행 서울기관차사무소소속 B8127호 기관차(기관사 윤석부· 33)에 치여 한씨와, 여인은 그자리에서 숨지고 사내아이는 중상을 입었다.
중상을 입은 아이는 인근. 학생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후 순천향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있으나 다리등을 크케 다쳐 중태다.
개찰업무를 보고있던 역무원 한씨는 여인이 의정부행 교외선열차를 타기위해 맞은편 상행선에서 열차가 오는 것도 보지 못한채 철길을 뛰어 건너는 것을 보고 몸을 날려, 여인을 붙잡았으나 함께 열차에 치였다.
사고순간을 본 홍익회 매점주인 전종섭씨 (28)에 따르면 『역무원 한씨가 「위험하다」 고 다급하게 소리쳐 뒤돌아보니 한씨가 철길에 뛰어들어 앞서가던 여인을 붙잡는 순간 열차가 들이 닥쳤다』고 말했다.
열차에 치이는 순간 한씨와 여인은 뒤엉긴채 바퀴에 휩쓸려 20m쯤 끌려갔고 이 충격으로 사내아이는 철길과 1번 플랫폼 자갈밭에 나뒹굴어 중상을 입었다. 숨진 여인은 검정색 치마에 녹색 상의차림을 하고 흰고무신을 신고 있었는데 깻잎과 설탕등이 든 보따리를 들고있었다.
순직한 한씨는 43년 철도공무원으로 투신한뒤 충북 음성·이원·노량진역등을 거쳐 6개월전인 지난해11월 가좌역으로 전근, 승객안내와 개찰업무를 담당해왔다.
한씨는 월25만원정도의 봉급으로 그동안 셋방살이를 하다 1년전에 서울 독산동 209의70에 20평짜리 한옥을 마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지희씨(48)와 두아들이 있다. (한씨는 75년 모범공무원표창을 받기도했다.
철도청은 한씨를 서기에서 주사보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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