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치킨게임 … 결국 노조 약해지고 기업은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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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는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

 일본에서 노동법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오우치 신야(大內伸哉·51·사진) 고베대 교수가 현대차 노사 양측에 고언(苦言)을 했다. 지난 2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만난 오우치 교수는 통상임금을 계기로 불거진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언급하며 “일본의 1960년대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1960년대 일본은 노사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격렬한 노사 간 싸움의 결과는 노조세력의 약화와 기업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협조적인 노사 관계로 돌아서면서 70년대, 80년대의 고도성장기에 돌입할 수 있었다”며 “일본의 선(先) 경험을 볼 때 노사가 협력의 노선을 선택해야 치킨게임(두 대의 차량이 서로 마주보며 돌진하는 게임)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우치 교수는 노조 측에 “투쟁일변도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조가 파업을 할수록 기업엔 해외로 빠질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파업이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가져오는 ‘파업의 함정’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분위기를 노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노조도 이제 이런 면에서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에 대해선 “임금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을 단순한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인적자원관리(HRM) 차원에서 주는 인센티브라고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 노사 간 갈등의 씨앗이 된 통상임금에 대해선 일본의 예를 들었다. “일본에서는 계산상 어려움 때문에 지급주기가 한 달을 넘어서는 것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의 경우 개인이 결근하거나 조퇴하면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본의 법 취지에 대비하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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