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장애자의 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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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영국 안에는 신체장애자가 1백12만9천명이 있다. 지방행정부는 그 구역 안에 거주하는 장애자를 수시로 파악해서 이들을 특별히 도와주어야 하는 의무를 갖고있다.
공공건물은 휠체어를 탄 장애자 혼자의 힘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진 입구와 손잡이가 설치되었고 공공변소에도 장애자용 특수시설이 대개는 설치되었다.
장애자가 혼자 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장애자용 특수시설이 되어있는 식당과 호텔의 위치가 표시된 장애자 여행안내선도 있다.
최근에는 귀가 어두운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보청 공중전화기가 개발되어 설치작업이 시작되었다.
장애자 각자의 제한된 기능에 맞춘 특수차도 있고 그걸로 면허시험에 정상인과 같은 기준으로 응시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애자용 특수자동차의 모습은 이 나라의 장애자원호사업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모든 배려는 영국처럼 개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 장애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집중되어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용의 기회도 적극적으로 마련해 주고 있다. 1944년에 제정된 장애자보호법은 2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의 장은 최소한 3%의 일자리를 장애자로 메워야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선원과 같은 특수직은 0·3%로 그 비율을 낮추어 주고 있다.
또 주차장 매표원이나 승강기 안내원 등 고정된 자리에서 일하는 업종은 장애자 위주로 고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장애자들에 대한 이런 국가의 배려는 시민들의 생활태도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이다. 영국인들의 「여성 우선」정신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장애자 우선」정신이야말로 일반시민들의 절대적인 행동수칙이 되어있다.
그런 시민들의 태도가 영국으로 하여금 서구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복지 국가를 이룩하게 할 것 같다. 그것은 남 먼저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인들의 공업화·도시화가 수반하는 비인간적 부작용도 남보다 먼저 극복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서울에서 최근 정상적인 시민들에 밀려 버스에 치여 죽은 소아마비 청년의 참화와 급우와 교사로부터 소외감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버린 불구의 어린 중학생의 비극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엄청난 낙후성을 드러낸 것이다.
영국인들은 불우한 사람들의 딱한 처지를 보면 곧잘 이런 말로 자신들을 채찍질한다. 『한 사회가 가장 불우한 계층의 사람들을 처우하는 태도는 곧 그 사회가 영위하는 문명의 척도다.』 운명공동체로서의 사회라는 것이 현실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식의 문명의 척도가 그런 이상적 사회로의 출발점이 되어야할 것 같다. 【장두성 런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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