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윤 일병 가족과 목격자 못 만나게 방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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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8사단 윤모(20) 일병 사망사건의 핵심 목격자인 김모(21) 일병과 유가족들의 만남을 군 당국이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병대와 검찰관을 비롯한 군 당국이 유가족과 김 일병의 만남을 방해하고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지난주 윤 일병 유가족들과 김 일병이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는 ‘군 당국이 김 일병을 법정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본지 보도(8월 6일자 1면)와 같은 맥락이다.

 사건 발생 당시 의무대에 입실 중이었던 김 일병은 한 달 넘게 윤 일병과 가해 병사들을 지켜봤다. 김 일병은 그동안 사건 정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핵심 목격자로 꼽혀 왔다. 실제로 김 일병은 사건 직후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장조사에서 “가해 병사들이 발로 윤 일병의 복부를 지근지근 밟았다”며 “심폐소생술에 의한 장기파열은 거짓말”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윤 일병 가족은 줄곧 김 일병을 만나기를 원했지만 군 당국은 “김 일병 가족이 원하지 않는다”며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군 당국은 같은 이유로 김 일병을 법정 증인으로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김 일병은 사건 초기부터 유가족들을 만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소장은 “김 일병이 윤 일병을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사건 이후 유가족들을 만나 돕겠다는 의사를 군 관계자에게 밝혔으나 누구도 유가족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 일병이 사망한 윤 일병에게 보낸 편지도 공개됐다. 윤 일병의 누나가 대신 읽은 편지에서 김 일병은 “두려움과 공포로 선뜻 나서지 못해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평생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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