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온 손자 말 안 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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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미국에서 살던 아들·며느리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총각으로 도미했던 아들이 아내와 아들딸을 데리고 나온 것입니다. 처음 보는 며느리도 대견했지만 그보다 손자 손녀를 안아보니 가슴이 벅차도록 기쁘고 귀여워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하고 의심이 날 지경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답답한 것은 손자 손녀와 말이 전혀 안 통한다는 사실입니다.
벙어리들 같이 손짓 발짓으로만 시늉을 하자니 서글픈 생각이 들어 왜 우리는 피를 나눈 내 살붙이들하고도 「통역」을 가운데 끼워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나 하고 한탄하게 됩니다. 이 답답한 심정을 누가 알아줄는지요. <서울의 답답한 할머니>
【답】어린이들을 보고 답답하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아들·며느리를 나무라십시오. 아무리 이국 땅에서 살다 왔다손 치더라도 제나라 말조차 가르치지 않은 부모는 우선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2세들이 부모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국적 없는 괴물들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다시 한 번 다 같이 반성해봅시다.
다행히 댁의 손자 손녀는 아직 어려서 조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말을 배우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그들이 우리말을 익힐 때까지 우선 할머니께서 영어를 배우시도록 애쓰시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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