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대차의 파업관행, 노사 모두가 문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현대차 노조가 또 파업을 예고했다. 28일 12시간 파업할 예정이다. 불법파업은 아니다. 하지만 28년 동안 2009~2011의 3년을 제외하고 25년간 연례행사로 벌이는 파업관행은 우리 사회에 짜증과 피로감을 유발한다. 현대차는 삼성전자와 함께 해외에서 이름이 통하는 한국의 양대 기업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는 국내 기업의 대표주자로서 사명이 있고, 현대차 노조도 근로자들의 대표로서 기대받는 역할이라는 게 있다.

 노동운동은 자기이익만 챙기는 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의 권익 옹호와 복지 증진에도 도움을 주고, 도의적 공감을 받는 명분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근로자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대표적 근로자 단체다. 그런데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생산성은 점점 떨어지는데도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주변은 아랑곳 않는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왔다. 또 관행적 파업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어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는 ‘귀족노조’라며 지탄받은 지 오래다. 이번 파업 이유만 해도 그렇다. 핵심 사안은 이번 임금협상에 통상임금을 포함하자는 것인데, 이는 법원의 판단에 따르자고 노사가 이미 합의했던 사안이다. 이에 지난해 노조가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올 연말께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한데 막무가내로 이번에 타결하자는 것은 명분도 없고, 누구한테도 공감받지 못한다.

 현대차의 허술함도 글로벌 기업의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국내 산업발전은 탁월한 생산능력에 바탕하고 있다. 한데 현대차 1대 생산 시간을 보면 미국 근로자들은 14.8시간인데, 한국은 27.8시간이다.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은 기본급은 적게 주고 수당으로 메워주는 식으로 인건비에서 꼼수를 부리고, 불법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등 경영 적폐(積弊)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기업이 대기업다운 품격과 정도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다. 현대차 노사가 이젠 대기업의 시대적·사회적 책임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