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외화수입 풍토|안병섭<서울예전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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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1일부터 11일까지 영화진흥공사는 「스페인」대사관의 협조를 얻어 「스페인」 영화들을 상영하여 영화인들에게 보여주었다.
「스페인」영화는 요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부쩍 그 수준이 높아졌다고 외국영화지들이 보도하고 있다. 이번 한국에서의 상영은 좋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더구나 「스페인」의 거장인 세계적대가 「루이스·부뉴엘」의 작품을 비롯하여 78년 「베를린」영화제 수상작 『송어』 와 『밀렵자』 등은 참으로 좋은 작품이었다.
작년에는 「잉그마르· 베리만」의 작품 3편을 역시 「스웨덴」대사관의 주선으로 영화인들이 감상하여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진흥공사가 이런 행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배경을 우리는 의미 있게 생각해 봐야한다.
우리 나라 외국영화 수입은 주로 상업적이고 오락적인 영화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1편 들여와 일확천금을 할 수 있는 오락위주의 영화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물론 아카데미상 수상작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수입되어 흥행이나 예술적인 면에서 우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그밖에 「칸」「베니스」「베를린」등 유사한 국제영화제의 수상작은 오랫동안 수입이 안되고 있다.
아카데미상의 경우는 보도가 많이 되어 선전이 잘 된 까닭으로 흥행도 잘되니 퍽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영화작가들의 근작은 거의 안 들어오고 있다.
물론 지나간 명화가 TV에서 늦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간혹 새 영화들이 선보이기도 하지만, 최근 구미의 예술성 높은 좋은 작품을 시중개봉관에서 접하기 어려우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생들은 그 갈등을 외국 문화원에서 푼다.
좋은 외화가 들어와야 영화인들도 예술적인 자극을 받고 관객들의 미적 안목이 높아지는 즐거움을 맛볼 것이 아닌가.
그쪽 수상작의 수준도 모르고 국제영화제에 출품하니 밤낮 실패할 수밖에….
영화업자들은 그런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 더러는 검열에 걸리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나 매스컴이 일깨워 주고 좋은 영화를 바라는 중년층의 왕년의 영화팬도 갈 수 있도록 예술성 높은 작품을 들여오고 또 검열도 예술성을 중요시하여 그런 작품엔 「아량」을 베풀었으면 한다.
정말 외화수입 풍토가 달라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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