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줄어 풀죽은 OPEC 원유갑 동결론 우세해져|이라크·리비아자제동조|멕시코·오만등 값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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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10년간 하루가 다르게 치솟기만하던 석유값이 올해들어 처음으로 인하조정되거나 동결될 기미를 보임으로써 OPEC의 지나치게 성급한 고유가정책이 오히려 산유국들을 자승자박하는 이변을 낳고있다.
「석유시장의 이변」은 이미 「멕시코」 「오만」등 비 OPEC 국가들과 「에콰도르」같은 OPEC국가가 석유수출가를 내린데 이어, 최근에는 유가인상을 선도해왔던 「이라크」 「리비아」등 OPEC내 강경파까지도 온건파의 인상자제논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큰관심을 끈다. 아직 낙관은 이르지만 비산유국엔 한가닥 희망이 아닐수없다.
73년 첫 오일쇼크 이전에 배럴당 고작 3달러였던 석유값이 지금은 최고 41달러(리비아), 평균36달러선으로 무려12배이상 뛰었다. 바로 이때문에 값비싼 수입원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과같은 개발도장국은 말할것도 없고, 선진공업국들도 큰 고통을 받아왔다.
OPEC의 인상 횡포에 맞서 세계각국은 석유소비를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있다. 일본의 시멘트공장들이 에너지를 석유에서 석탄으로 바꾼것처럼 각국이 주에너지원을 석탄과 천연가스로 대체하고 합성연료개발과 핵발전을 서두르고있다, 미국등지에선 가솔린효율이 높은 엔진을 사용하는 소형자동차가 널리보급되고, 또 건축물마다 단열재의 사용이 늘고있다.
이와함께 「멕시코」 「말레이지아」 「노르웨이」 「캐나다」 「앙골라」등 비 OPEC국가로부터의 석유수입량을 늘리고있다.
특히 자동차왕국 미국에선 78년을 분기점으로 가솔린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있다 (별표참조) .
등록차량 1억2천만대를 가진 미국은 78년에 l천2백50억갤런의 휘발유를 소비했고, 80년엔 76년 수준과 비슷한 1천1백60억갤런을 썼다. 휘발유소비가 줄고있는 것은 미국국민들이 자동차여행을 삼가 주행거리가 준데다 엔진효율 (갤런당 주행거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스탠더드·오일」 「캘리포니아」 「인디애나」 「필립스·피트롤리엄」 「마라돈·오일」 등은 최근 「로키」산맥의 원유가격을 배럴당 1달러씩 인하했다. 이러한 각국의 석유절약노력은 상대적으로 OPEC수입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있다.
국제에너지처(IEA) 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의 석유수요는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81년 미국의 석유소비는 80년보다 8% 떨어질 것이 예상되고 일본과 서독은 각각 15%까지 감소될 전망이다.
79년의 경우 전세계비공산국가의 수입석유소비량은 1일 5천2백만배럴이었다. 그중 3천1백60만배럴이 OPEC제국에서 수입되고, 나머지 2천40만배럴은 비OPEC제국에서 수입되었다.
1일소비량이 4천8백만배럴로 감소되고 있는 81년에 와선 OPEC수입석유는 2천5백만배럴로 떨어지고 비OPEC수입석유는 2천3백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의 탈OPEC석유정책은 OPEC제국을 경각시키기에 충분하다. 최근OPEC사무국장 「파딜·알-찰라비」가 『유가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감소시킬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바로 이를 방증한다.
선진제국의 대체 에너지개발이 예상외로 빨리 진행중이며, 또 당초 1일 4천만배럴로 예상했던 서기2000년의 OPEC 석유수출량이 1천2백만배럴로 크게 줄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OPEC가 너무 빨리, 너무 높게 유가를 인상했기 때문에 세계각국의 반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랄것은 「리비아」 「이라크」 「알제리」등 OPEC강경파 석유상들이 그의 주장을 경청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는 점이다.
OPEC내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 석유상같은 온건파는 이미 2년전부터 그런 주장을 했지만 강경다수에 밀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가동결을 희망하고 있는 중도의 「쿠웨이트」석유상 「알·사바하」가 양측을 조종중이며, 또 「이라크」 「리비아」측도 동결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최소한 81년중에라도 유가가 인상되지 않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오는 5월25일「제니바」에서 열리는 13개 OPEC석유상희의에서 이 문제가 표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김재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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