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살던 곳서 공연되는 춘향전·황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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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 델 라고(Torre del Lago)는 이탈리아 북서부에 있다. 인구 1만 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지아코모 푸치니(1858~1924)는 33세에 이 조용한 마을에 정착했다. 마사추콜리 호숫가 바로 옆에 집을 짓고 작곡가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에서 보냈다.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같은 명작이 호수를 배경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집 마당의 무덤에 잠들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여름 푸치니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호수 위에도 무대가 설치된다. 올해로 60년째다. 잘츠부르크ㆍ베로나처럼 대규모의 축제는 아니지만, 푸치니의 작품을 집중 공연해, 오페라 마니아들이 찾는 곳이다. 7월에 푸치니의 오페라 4~5편을, 8월에는 무용ㆍ연극 등 공연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올해 이 무대에 한국의 창작 오페라가 오른다. 28일(현지시간) 오페라 ‘황진이’와 ‘춘향전’의 하이라이트를 갈라 형식으로 공연한다. ‘황진이’는 작곡가 이영조가 1999년 완성한 작품. 황진이와 벽계수, 지족 대사, 화담 선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춘향전’은 작곡가 현제명의 작품으로 1950년 초연됐다. 국내 최초의 오페라 작품으로 꼽히며 이탈리아 오페라의 형식을 취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소프라노 김지현ㆍ차승희가 각각 춘향ㆍ황진이, 테너 이동명이 이도령, 바리톤 박정민이 변사또 역을 맡았다. 이탈리아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노래는 한국어 가사로 부르고 이탈리아어·영어 자막을 제공한다.

이번 공연은 민간 단체인 베세토 오페라단이 추진해 성사됐다. 강화자 단장은 한·이 수교 130주년을 맞아 토레 델 라고 극장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에 페스티벌 주최측이 28일 저녁을 한국 갈라의 밤으로 정한 것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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