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백인천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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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프로야구시리즈가 4일 개막, 「긴떼쓰」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백인천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오리온즈」로부터 버림받다시피 하여 은퇴가 결정적이었던 백인천선수가 「긴떼쓰」「니시모또」감독의 부름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자 『완숙의 38세』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백인천은 「긴떼쓰」가 「한뀨」와의 개막전에 당당히 5번 지명타자로 등장, 쓰러지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당초 「롯데」가 외면한 백인천을 「니시모또」감독이 필요하다고 「긴떼쓰」에 끌어들일 때 일부에서는 무척 냉담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개막전에 앞서 벌어진 오픈전에서 백인천은 홈런 4개로 홈런왕이 됐고 타율도 15게임에 46타수 12안타 8타점으로 2할6푼1리를 마크, 집념 어린 훈련선수로 새로운 평가를 받고 일약 개막전에 5번 지명타자로 기용된 것이다.
백인천이 한국인이면서 냉엄한 일본프로야구에서 견딜 수 있는 것은 오직 성실한 훈련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매스컴은 백인천을 가리켜 『야구에 대한 집념은 38세의 노장이라고 할 수 없다. 그는 항상 신인기분으로 연습에 빠져있다. 그래서 그의 연습을 지켜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 진다』고 평하고 있다.
지난 63년 19세로 「도오에이」2군에 입단, 「다이헤이요」「롯데」로 옮겨다니다가 올해 「긴떼쓰」유니폼을 입은 백인천은 촛불이 마지막 탈 때 더욱 밝게 타듯이 일본프로야구생활 19년째를 청산하려 하고있다.
백인천은 늘 프로야구 선수생활 20년을 마무리 짓고 싶어했다. 그래서 「롯데」의 「야마우찌」감독에게도 4O세까지만 선수생활을 하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이 간청이 무너졌고 결국 이 분풀이를 「긴떼쓰」에서 방망이로 하려고 열기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75년「다이헤이요」 때 타율 3할1푼9리로 「퍼시픽·리그」수위타자가 된 영광을 금년에 다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설움과 냉대 속에 유종의 미를 장식하려는 백인천의 활약이 기대된다.
백인천은「요꼬하마」에 개업한 불고기집이 성업 중이어서 부인(조영애·37)과 현일(13)현삼(12)군 등 두 아들과 생활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
오직 그가 남기려고 하는 것은 처음으로 일본프로야구를 개척한 한국인으로서 활짝 꽃 피우고 이름을 남기고 말겠다는 것뿐이다.
한편 「롯데」에 있는 장훈은 올해 41세로 현역 선수 중 최고령이지만 3번 지명타자로 활약, 「세이부」와의 개막전에서 4타수 3안타를, 그리고 2차전에서 3타수 1안타, 3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날려 천재성을 입증하고 있다.【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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