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한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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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외이민을 갔던 교포가 귀국해서 저지르는 갖가지 비행과 범죄가 크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해외취업이나 수출을 알선한다고 거액의 금품을 사취하는 행위나 국제결혼을 미끼로 불법이민을 알선하는 범죄행위는 그동안 흔히 보아온 일이지만, 이번에는「캐나다」의 시내버스표를 국내에서 물래 만들어 밀반출한 사건까지 일어나 국내외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있다.
이른바 『교포공해』란 말을 실감케하는 창피한 사건들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이민을 하면 이민을 한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교포들은 미국이나「캐나다」등 낯선 이국에서 갖은 악조건을 무릅쓰고 피땀어린 노력 끝에 어느 타민족에 뒤떨어지지 않는 생활기반을 닦아 『부지런하고 정직한 민족』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온 것은 우리들이 다같이 자랑스럽게 여겨온 터다. 어느 사회나 집단이건 마찬가지지만 그중 극소수의 사람들이 말썽을 일으켜 결국 전체교포들에게 망신을 주고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버스표 위조사건은 말하자면 몇 마리의 미꾸라지가 온 강물을 흐려놓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민을 간 나라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기반을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갖지 못해 끝내 그곳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궁리해낸 해프닝인 셈이다. 거기에다 외국인이나 교포, 특히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교포들이라면 맥을 못추다시피 하는 이곳의 풍토가 그들이 활개치고 범법행위까지 저지르는 무대가 되기 십상인 것이다. 외국 생활에 적응을 못한 사람일수록 못된 꾀를 짜내 고국을 한탕이나 하는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교포가 60만명가까운 미국은 지원병제 채택 후 군입대가 쉬워졌다. 육·해·공군이 각기 병원확보에 열을 올리기 때문에 영주권만 가지면 군에 들어갈 수 있고 가고싶은 나라까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한국교포청년들이 주한미군에 배속되어 미군으로서의 특전을 이용, 갖가지 탈법행위를 하고 여자들을 농락하는 일도 그래서 생긴다.
교포들이 고국을 범죄의 무대로 삼는 이른바 「범죄역류현상」을 막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외국선망풍조를 없애는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교포라고 해서 국내에 사는 사람보다 자질이나 윤리면에서 뒤떨어질 것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뭐 특별난 사람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 선입견없이 동족으로서 대하기만 하면 그들의 사기나 허풍에 넘어갈 것도 없고 고국을 한탕의 대상쯤으로 여기는 일부 교포들의 그릇된 사고방식도 차차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교민정책도 이 기회에 반성할 점은 반성하고 시정할 것은 시정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교민정책에 관한 한 『무정책이 최상의 정책』이란 말이 있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관심을 쏟는다는 것은 교민사회를 스포일시키는 역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주자의 동화실패는 그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어 수민국(host country)의 사회질서 거절이나 범죄 등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최선의 교민정책은 수민국에의 정착과 동화를 적극적으로 돕고 뒷받침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2세들이 그들의 뿌리인 모국말을 잊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치적으로 고국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교민정책은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친정부적이라 해서 특전을 주고 우대를 하면 여기서 제외된 많은 교포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교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이러한 정책은 또 수민국에 대한 실례도 되고 무엇보다 교민들의 정착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정착에 실패한 사람이 많을수록 귀국해서 한탕을 하고싶은 충동을 느끼는 교포도 많아질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정부가 종래의 소아병적 교민정책을 탈피하고 외국이라면 한 수 접어주는 이 사회의 풍조가 없어진다면 나라 망신을 시키는「범죄역류현상」도 자연 줄어들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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