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역류 이민간 교포가 국내서 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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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민 갔던 교포가 귀국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범죄역류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이민교포 가운데 정착에 실패하고 국내에서 돈벌이를 하겠다고 재입국, 상당기간 체류하는「이민역류현상」과 함께 그들의 국내에서의 범죄가 잦아지고 있으며 더러는 해외에서 죄를 짓고 국내로 피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캐나다」의 버스표 위조사건 등이「역류이민」들이 모국을 범죄기지로 삼은 대표적인 케이스-. 이들의 범죄는 이민희망자에게 위장결혼의 대상자가 되어주는 손쉬운 것에서부터 밀수·사기에 혼인빙자간음까지 폭이 넓어 피해자가 계속 늘고있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가 손쉽게 가능한 것은 ▲외국의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가졌다하면 지나칠이만큼 믿고 거래하려는 사회풍조 ▲외국에의 막연한 동경 또는 호기심 ▲해외무대에 무작정 진출하려는 일부 연예인들의 허영심 등 때문이라고 지적,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6일 경찰에 적발된「캐나다」버스표 위조사건은 국내를 범죄의 l차대상지와 범행 후 도피처로 삼은 본보기.
이들은 지난해8윌「교포가 우대 받는」모국에 입국, 국내인쇄소에서 버스표 등 40만장을 손쉽게 위조해 바로「캐나다」로 가져가 팔다 적발돼 나라망신을 시킨 뒤 1윌27일 입국했다.
이들은 도피 중에도「캐나다」시민증만 보이면 맥을 못추는 젊은 여성들에게「캐나다」취업을 미끼로 금품을 뜯고 농락까지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윤석추씨(47)의 경우는 사기의 대표적인 사례.
70년에 이민 가 72년에 시민권을 취득한 윤씨는「로스앤젤레스」에서 타일회사를 경영하다 회사가 기울자 78번4월 돈벌이를 노려 귀국했다.
윤씨는 K산업에서 생산되는 타일 반제품을 매년 40만달러어치씩 독점 수입하겠다고 속여 자신의 공장시설 확장대금조로 6만달러를 송금시키게 한 뒤 미국으로 뺑소니쳤다.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사는 손병기씨(44)는 연예계를 파고드는 사기수법을 썼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있는 손씨는 79년4월에 입국, 재미교포가수 H모양의 국내공연준비금조로 D산업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아 챙긴 뒤 그해 8월 출국해 버렸다.
또 재미교포 김덕현씨(46·여)는 지난해 8월 일시 귀국하여 4억원대의 사기극을 벌이고 달아나려다 김포공항에서 출국 직전 피해자에게 붙들렸다.
김씨는 미국에서 큰돈을 번 사업가를 위장, 「워커힐」 아파트에 머무르면서 11월초 우연히 알게된 김모씨(47·여·서울 필동)에게 『서울, 한강호텔 나이트클럽을 함께 하자』고 속여 1억3천만원을 투자하게 하고 이를 3억9천만원에 몰래 팔아 넘긴 뒤 암달러로 바꿔 미국으로 빠져나가려다 덜미를 잡힌 것.
이밖에도 미국에 이민간 한국인들이 미군을 지원,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이른바「김치GI」들이 PX물자를 빼돌리거나 외국인전용상점에서 산 면세품을 시중에 내다 파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치GI」는 기술 없이 이민간 한국인들이 미군에 지원하면 쉽게 미국국적을 얻을 수 있는데다가 연고지 배치로 쉽게 한국에 배속될 수 있는 점을 노려 해마다 그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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