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조약군만 35만이 포진|살얼음판 연명의 「폴란드」…그주변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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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유노조활동으로 빚어진 「폴란드」공산체제의 약화는 소련으로 하여금 군사개입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도록 하는 단계에 이른것 같다. 「폴란드」공산당에 대한 소련보도기관들의 비판이라든가, 「바르샤바」동맹국들의 수뇌회담, 「폴란드」 주변의 군사적 동향등은 작년 「체코」침공당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그러한 우려를 더욱 높게하고 있다.
소련군의 「폴란드」 침공준비는 군사적으로는 이미 완료단계에 있으며 다만 개입여부,개입의 시기등 정치적 결단만이 남아 있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서방 관측통들은 순전히군사적인 측면에서만 고려할 경우 소련이「폴란드」를 장악하려면 최소한 35만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30개사단 이상 을 투입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소련이 병력을 투입하는데는 별다른 준비가 없더라도 즉각 이루어질수 있다. 미국방성에 따르면 현재 「폴란드」 인근에만도 「바르샤바」조약국의 30개사단 35만 병력이 주둔하고있다.
침공이 감행 될 경우 주병력은 「폴란드」 와 소련 접경 지대에 포진중인 45개 소련 군사단중에서 동원 될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입초기에는 평상시라도 24시간 안에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는 동독 주둔중인「베를린」 부근의 2개 탱크사단을 비롯해 동독·「체코」 주둔 35개 사단중의 일부가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또 「폴란드」 영내에는 소련군 2개사단이 상주하고 있다.
「폴란드」의 침공은 형식적으로는 소련군 단독개입이 아니라「바르샤바」동맹군의 합동작전이 되겠지만 제1단계에서 동독이나 「체코」 군이 「상징적」인 성격의 소규모 병력을 보내게 될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불가리아」「헝가리」군은 1단계 작전에서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을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관심은 「폴란드」 국민과 군이 어떤 태도를 보일까 하는 점이다. 국민들이 소련군의 침공에 저항하리라는것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최대의 관심은「폴란드」군 가운데 어느정도의 병력이 저항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폴란드」군의 저항가능성에 대해서는 서구와 미국군사소식통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데 현재「폴란드」군 수뇌부에서 소련에 대해 저항할 조짐이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서구측은 보고있다. 이와는 달리 미국방성측은 「폴란드」 정규군및 지하 게릴라화 할 일반국민들로부터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한 증거로 「폴란드」노동위기가 한참 고조되던 지난해 말 「폴란드」군 장성 60여명과 2백여명의 고위장교가 당중앙위에 대해 동독군이「폴란드」 에 진주할 경우 항쟁 하겠다는 경고를 보냈다는 정보를 들고있다.
「폴란드」인들의 독일에 대한 혐오감은 여러차례 침략당한 역사적 경험에 따른것인데 실상 소련에 대한 감정 역시 이에 못지 않은 것이므로 이런 경고는 간접적으로 소련을 겨냥 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폴란드」의 역사는 소련으로부터의 침공에 따른 압제사로 요약된다. 「폴란드」국민들은 2차대전중인 40년 소련 하사관들이 한 포로수용소에서 수감중인 4천여「폴란드」장교를 모조리 총살시킨 악몽을 쉽게 털어 버리지 못한다.
56년 「포즈나니」에서 농민봉기가 일어났믈때 「폴란드」 의「발트」 함대는 소련함대의 진출을 저지키의해 해안봉쇄마저 시도한 예도 있다.
「폴란드」군부내의 반소 감정을 보여주는 예로는 67년 중동전에서 소련의지원을 받은「이집트」가 참패했을 때도 엿볼 수 있다. 14명의 장성과 2백여명의 영관급 장교가「이스라엘」전승축하 파티를 열었다가 무더기로 옷을 벗었던 것이다.
이같은 군내부의 민족주의 또는 반소감정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군대가 누구를 쏘란말이요』 「폴란드」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8월27일 공산당 정치국원들이 군개입을 요구하고 나섰을때 당시 국방상이던 「야루젤스키」수상은 이렇게 말했던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뿐만아니라「얀프치스친」해군사령관은 사건발생 초기에 자신의 함대를 자유노조운동의 본거지인「그다니스크」항에 입항시키라는 압력을 거절한뒤 지난해 12월 「레닌」 조선소의 순직노동자 위령탑 제막식에 참석했다가 노동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일도 있다.
미군사 전문가들은 이런점에 비추어 작년의「헝가리」침공이나 68년의 「체코」침공때와는 달리「폴란드」 침공이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있다.
「헝가리」 인들은 나무토막이나 돌멩이 정도로 밖에 무장하지 않아 쉽사리 진압할수 있었고 「체코」침공때는 거의 무저항 상태에 있었으나 「폴란드」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방성 전문가들 중에는 17개 육군사단과 약7백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는 「폴란드」군의 대부분이 구형의 낡은 무기와 장비들로 무장하고있지만 소련군에 대항하라는 사명이 주어진다면 그 전투력은 엄청나게 증대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더우기 「폴란드」인과 독일간의 역사적 반목관계에 비추어「폴란드」침공군에 동독군이 포함될 경우 더욱 단결하여 조직적으로 저항케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소련이「폴란드」를 장악할 수 있겠지만 결국 막대한 댓가를 치르지 않을 수밖에 없고 『적어도 2주일동안은 「폴란드」인들이 버틸 수 있을것』이라고 미국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본=이근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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