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기분 좋다" 유가족 "오해 풀린다" … 웃으며 헤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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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25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 김병권 유가족대책위 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면담 2시간 뒤 유경근 대책위 대변인은 “오해와 불신을 툭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였다”며 “수요일 오후에 다시 한 번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시작은 험악했지만 웃으면서 헤어졌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세월호 가족대책위 관계자들의 25일 만남이다. 오후 4시40분 대책위 관계자들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앉자마자 양측은 얼굴을 붉혔다.

 ▶김병권 위원장=“(큰소리로) 저희는 이완구 원내대표 만나러 왔지 김재원·주호영 이 양반들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로 표현한 사람(주호영), 일반인 유가족 만나서 유가족을 이간질한 사람(김재원)은 빠져 주세요.”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저희는 이간질한 거 하나도 없고요. 일반인 유족들이 찾아오셔서 똑같이 만난 것뿐이에요.”

 이 원내대표가 유족 측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다시 김 위원장은 주 정책위의장에게 “정말 그게 교통사고냐”고 따졌다. 주 의장은 “손해배상으로 들어가면 교통사고 법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였지 이 사고를 뭉뚱그려서 교통사고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20여 분 가까이 얼굴을 붉히던 양측의 대화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두 시간여가 흐른 뒤 양측의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오늘 기분이 좋아요.”

 ▶유경근 대책위 대변인=“자꾸 대화하면 오해가 풀립니다.”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의 오해를 씻고 앞으로 진정성을 갖고 계속 대화를 하기로 했다. 자세한 얘기는 유가족들에게 들으시라”고만 했다. 유 대변인은 “오해와 불신을 툭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였다”며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로 수요일 오후에 다시 한번 만나기로 약속한 것 외엔 진행된 게 없다”고 말했다. 주요 쟁점인 ‘여야+유가족’의 3자협의체 운영과 특위에 기소권·수사권을 주는 문제에 대해선 깊은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두 쟁점 모두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유지하면서 그 논리를 설명했고 대책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가 진상규명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대책위가 여당이 검토해볼 만한 수준의 중재안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에선 지난 주말 대책위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만나 대안을 마련해 설명했고 박 원내대표가 여당 지도부에도 직접 설명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얘기도 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특검 추천에 관해) 의견을 모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정현의 대통령 지키기=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취임 후 이날 처음으로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당 최고위에서 “야당은 대통령을 향해 지난 1년 내내 ‘독재’라고 비판해왔으면서 지금 국회에서 할 일을 전부 대통령 보고 해 달라는 모순적 행태를 보인다”며 “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고를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한테 떼쓰면서 골라 달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는 국민의 대표가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부정해선 안 된다”며 합의안 이행을 촉구했다.

글=김정하·김경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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