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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소기업, 환율 세 자릿수 대비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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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권선주
기업은행장

올해 원·달러 환율은 1050.3원에서 시작해 7월 1008.9원까지 하락했다. 당시 많은 언론에서 원·달러 환율이 곧 세 자릿수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섞인 기사를 잇따라 내놨다. 7월 이후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가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에 진입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원화 강세는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져서라기 보다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에 머물렀던 기간은 2006년 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약 28개월간이었다. 이 기간과 최근의 경제상황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2006년과 2007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5.4%, 소비증가율은 4.9%, 수출증가율은 12.4%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상반기 대비 3.7%, 소비증가율은 2.0%, 수출증가율은 4.1%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출 증가보다는 내수 부진으로 인한 수입 감소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환율이 변화하는 속도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약 3개월 반 정도 이어졌는데,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은 6% 넘게 하락했다. 최근 변화 속도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또 다시 원화 강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 경제주체들이 이에 대처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환율의 변동은 각 경제주체에 따라, 그리고 경제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영향이 클 수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도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원화 강세는 수출 감소,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물가 하락과 실질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져 긍정적이다. 수출기업에겐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부정적이지만 수입기업에겐 긍정적이다.

 기업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은 수출 중소기업들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수출 중소기업들이 세 자릿수 환율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환위험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필자는 한 수출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환위험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 하소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환율이고 회사에서도 하루 종일 환율 변동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술개발이나 판로개척과 같은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IBK경제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출입 중소기업 중 55%가 환위험 관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인력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환위험 관리를 하는 중소기업의 44%도 외화 매도 전략으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고 응답해 환위험 관리가 많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전문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환위험 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거래 은행이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환위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각 기업의 적정마진을 감안해 목표환율을 산출하고, 목표환율이 시장환율 범위에 근접할 경우 이를 통지해 주는 ‘헤지 메신저(hedge messenger) 서비스’와 기업별 환위험 현황을 분석하고 선물환 등을 통해 환위험 관리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해주는 ‘환위험 관리 컨설팅 서비스’ 등이 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들이 환율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권선주 기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