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사고 왜 대형화하고 더 늘어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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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은행금고의 철문두께는 20cm도 넘는다. 그러나 아무리 더 두꺼워도 금고지기가 딴마음을 먹는이상 모든 방책이 허사다.
최근들어 잇달아 터지고있는 은행원횡령사고가 바로 그런짝이다. 바깥경비를 아무리 엄하게해도 안도둑은 당할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은행원들의 횡령 사고는 비단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공신력실추나 책임추궁을 우려한 나머지 은행마다 또는 지점마다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에 덮여져 왔을 뿐이다.
사고가 나도 웬만하면 경찰신고조차 꺼린다. 그야말로 직계전비속들만이 아는 사실로 쉬쉬한다. 같은 지점에 근무하면서 옆사람이 저지른 사고를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것이 은행원들의 실토다.
더우기 최근들어서는 사고의 규모나 수법이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 대체 왜 그렇고, 막을 방도는 없는것인가.
검사제도가 불비했기 때문인가, 또는 일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컴퓨터」를 이용한 신종범죄출현 탓인가.
검사제도로 말하면 우리나라은행처럼 엄한데도 드물 것이다. 지점마다 하루일과를 마치면 1일결산을 한다.
1원이라도 틀리면 그이유를 밝혀져야 퇴근을 할수있다. 그것도 못미더워 자기가 한 일을 직원들끼리 서로 바꿔가면서「체크」를 한다.
그래도 사고는 일어났다. 창구직윈들의 자질구레한 소액사고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책임자급의 대형사고는 더 늘어나고 있다.
업무가 방대해지고 경영을 합리화하기위해 하급책임자들에 대한 전결권부여가 잘못 악용되고 있는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것처럼 온라인제도의 도입에서 비롯된 사고들도 아니다. 온라인 실시이전부터 있어온 범죄행위었으며 단지 온라인이 수판으로 계산하는 것보다 더 빠르므로 돈을 빼돌려 도망가는데 더 편리해졌다는 것뿐이다. 온라인이라는 부정을하기 쉬운 제도를 도입해놓고 이의 전제조건이 되는 은행원자질향상이나 상호 체크기능은 허술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 남의 돈을 관리하고 하루종일 돈속에 묻혀 지내는 직장인 은행. 어떻게보면 위험물 관리요원처럼 항상 사고위험이 따라다니는 직업이 은행원이다.
은행원들에게 지시나 감독만으로 돈에 대한 탐욕을 없게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무수한 사고가 결과로써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관리체계나 조직면에서 은행을 따를데가 없다. 그러나 같은 돈장사이면서도 훨씬 허술한 단자회사는 별사고가 없다. 은행보다 근2배에 가까운 봉급을 주고있는 덕분일까.
입행 4년경력 은행원의 연소득은 3백만원수준인데비해 단자회사직윈은 5백만원이 훨씬 넘는다. 봉급수준 자체뿐 아니라 기타 실소득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사건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있는 은행대리의 봉급은 월30만원수준. 봉급명세 (입행7년기준)를 보면▲본봉 13만7천원▲직책수당 8만2천원▲금융수당 7만6천6백50원▲점심값 1만5천원을 합쳐 30만원을 조금 넘는다.
연5백%의 보너스 계산은 기본급(본봉+직책수당)기준이므로 실제로는 3백%에 불과하다. 돈에 욕심을 버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빠듯한 봉급이다.
당좌계대리등 주요부서의 대리쯤되면 재량권이 많다. 마음먹기에 따라 봐줄수도 안봐줄수도 있다.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유혹이 항상 따라다닌다. 우리나라처럼 은행돈 빌어쓰는 쪽이 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형편에서는 구조적인 병폐다.
은행원들만이 유독 중요한 일을 하니까 봉급을 더올려줘야 한다는것은 물론아니다. 그러나 돈이라는 위험물을 다뤄야 하는 일의 성질로 볼때 일반기업보다도 낮은 봉급, 오랫동안 침체된 사기등이 곧 사고의근본적인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지금까지 은행원횡령사고의 유형을 보면 고객이 맡긴 예금을 입금시키지 않고 유용하는 경우와 거꾸로 가공의 예금구좌를 만들어 돈을 빼내 쓰는 경우로 대별된다.
종전에는 거래선에게 일정액의 커미션을 받아먹고 은행돈을 잠정적으로 유용시켜추다가 거래선이 부도를 내거나 사고를 냈을경우 이를 메우지못해 일어나는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돈을 빼내 아예 도망갈 작정을하고 저지르는 창구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종전보다 훨씬 고의적이고 고액화되고 있는것이다.
당국에서도 뒤늦게나마 컴퓨터의 확대실시등을 통해 사고를 줄일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예금업무에만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업무를 환업무에까지 확대실시하겠다는것이다.
즉 대부분의 횡령사건이 일이 저질러진 다음 이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이 악용되어왔기 때문에 전산화롤 통해 확인시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하루에 거래된 모든 예대업무가 그날 밤중으로 컴퓨터에 의해 체크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즉각 발견될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 예금업무의 온라인만으로도 각은행의 컴퓨터의 처리능력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때 환업무까지의 확대실시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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