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힌 신안해저유물 도범은 조류·문화재「베테랑」3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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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저히 도굴 품으로 믿어지지 않아요.』
검찰이 압수해 내놓은 꽃병을 감정한 국립박물관 관계자들은 문제의 꽃병이 바다 속에서 건져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이 소식을 들은 최순우 국립박물관장은 21일 직접 법무부장관을 찾아가 절 품의 가치를 설명하고 즉시 박물관에 넘겨 보관토록 요청할 정도였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78년 8월 영국「런던」에서 같은 모양으로 높이 38cm짜리 원대 꽃병이 1억「달러」(7백억 원)에 경매된 적이 있으며 79년 일본 동경에서는 높이 25cm짜 리가 2억「엔」에 거래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높이 52cm나 되는 이런 꽃병은 아직까지 발견된 적이 없어 값을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것.
일반적으로 제조 당시 송·원대에서 청자는 같은 무게의 금값이상으로 거래됐고 지금은 금값의 10배쯤으로 환산한다.
압수된 꽃병의 무게는 18kg. 금값의 10배로 따지면 24억 원쯤이다.
이 꽃병을 처음 인양한 잠수부 윤영림씨(35·불구속)는 배 맨 밑바닥에 오동나무 상자 안에 따로 보관되어 있어 바다 속에서도 귀중품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상자를 들자마자 나무는 떨어져 나갔으며 꽃병 안에는 동전이 가득 들어 있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이 동전을 모두 쏟아 버리고 인양했다고 진술했다.
학계에서는 이 동전이 있었으면 이 꽃병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해저유물 도굴범들은 3인1조. 주범은 문화재에 관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조류의 흐름을 잘 판단해야 하는「베테랑」이 맡는다. 다른 1명은 잠수부이고 또 하나는 배를 젓는 운반책.
잠수부가 물 속에서 유물을 건져 오면 배 위의 주범이 가치를 판단, 대부분 버리고 귀중품만 챙긴다는 것.
이 때문에 유물선 주위바다에는 버려진 유물들이 많아 어느 도굴범은 수사관에게『공소시효가 지나면 함께 손잡고 일하자』고 말할 정도였다.
도굴된 유물은 모두 땅속 1m깊이에 몰래 파묻어 놓고 처분한다. 배분비율은 주범 5·잠수부 4·뱃사공 1이 불문율.
잠수부들은 부력 때문에 1백70kg의 잠수복을 입고 양쪽 발 밑에 납으로 된 무거운 추를 매달고 물 속으로 들어간다.
신안 앞 바다는 조류가 빠르고 삼각파도가 치며 개펄이 많아 시야「제로」의 탁류로 전문가가 아니면 5t쯤의『머구리』배를 세워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들은 또 접시·대접·동전 등 비교적 흔하고 문화재로서의 값어치가 적게 나가는 것은 인양조차 않기 때문에 이들이 밟아서 깨지는 유물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78년 정부에서 공식 인양할 때 파손된 5가마의 자기 파손 품이 나오기도 했었다.
잠수부 윤씨가 이 화병을 인양하자 배 위에서 기다리던 주범 이재선씨(사망)는 이를 전남 영광군 자신의 처가 채소밭에 몰래 숨겨 놓았다.
78년 말 이들은 검찰에 붙잡혀 도굴 품이 모두 압수됐고 숨겨 놓은 것도 자진신고 했으나 이 화병은 주범 이씨가 끝내 내놓지 않았던 것.
서울지검 박순용 검사는 진짜유물이 나돈다는 정보에 따라 전국의 해저유물 도굴 단 5개 조직을 모두 수사,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수사, 주범 이의 부인이 갖고 있던 수표를 추적한 끝에 이 꽃병을 찾아냈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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