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과 지도를 위한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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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2년의 이른바 「유신헌법」에 의해 국회의 국정감사권이 없어진 이후 상대적으로 감사원의 역할과 책임은 무거워졌다. 더욱이 부정·부패가 커다란 정치·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70년대 전반에 걸쳐 감사원의 기능과 사실상의 권한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공직자사회의 부패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또는 「깨끗한 공직자상」의 확립이란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80년대에 들어서도 감사원의 역할과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지 않을 수 없으며「깨끗한 정부」를 보장하는 한 안전판으로서의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 역시 여간 높지않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사원의 자세와 감사업무의 기본방향이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는 단순히 공무원사회만의 관심사일수는 없다.
감사원은 정의사회구현을 위한 지속적인 공직자사회의 정화추진, 국민편익증진등을 올해 감사의 기본방침으로 설정하고 사후적발·처벌위주의 감사에서 예방·지도적감사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감사원의 할 일이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문제점을 추출하여 시정·개선함으로써 공직자 사회의 부정·부패를 해결하고 그리하여 보다 능률있고 민익에 봉사하는 행정을 구현하는데 뜻을 둔다면 감사활동 자체로 인한 행정의 마비나 공무원의 위축을 초래하는 일은 자계함이 마땅하다.
과거 서정쇄신이 고창될 때마다 감사반이 관청을 지나간 후에는 으레 적잖은 삭의 고하위직 공무원이 자리를 물러나고 더러는 형사문제화한 일도 있었고, 또 그런 후에는 으레 해당 피감기관의 공무원은 일시적이나마 일손을 놓게되고 행정이 경직·마비되는 부작용을 빚곤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사선풍이 불때엔 공무원들의 업무처리가 지나치게 원칙주의·관료주의로 흘러 민원처리가 지연되고 서류가 잘 안들아간다는 불평이 있었음도 누구나 기억하는 일이다.
따라서 서릿발같은 감사로 고위직이 감투를 잃곤 하는 일에 국민이 청량감을 느끼지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공무원의 사기저하·행정경직등으로 인한 폐해도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무사안일의 행정은 이런 감사풍토에도 일인이 있으며, 공무원은 실임회피의 방편으로 오히려 「행정규제」룰 강화하는 타성조차 없지않았다. 이런 과거의 일을 생각할 때 감사원이 처벌위주의 사후적발감사에서 예방과 지도적 감사로 방향전환을 하기로 했다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부정」 또는 「결탁」 의 우려만 없다면 행정이 변화하는 현실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공무원의 「적극적인 행정」 이 권장돼야 옳을 것이다. 만일 감사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행정이 법령을 딱딱하게 해석하는 데로 치우쳐 지나치게 소극적·보수적이 된다면 그것은 민익증진과 능률행정이 될수 없다.
따라서 감사원은 이런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며, 특히 최근 정부가 다짐하는 각 분야의 「민간주의」를 원활히 실현하기 위해서도 공무원사회에 「보신제」 주의」 보다는 「소신위주의 행정」이 오히려 격려되고 권장되는 풍토가 바람직한 것이다. 이것은 역시 「감사」 의 「패턴」 이 바뀌어지는 것에서 비롯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부정과 부패에 대한 응징이 없어서도 안된다.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의 고유한 권한을 발동하여 부정·부패를 색출함으로써 국고를 보호하고 법령의 기반위에 착실히 자리잡은 행정을 정착시키는 노력 역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의 추출·시정은 바로 전체 공직자의 명예를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고 원활한 행정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일은 감사원의 통상적 업무수행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과거 어느때처럼 「강조기간」 식 감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직접 감사대상이 되는 기관이 무려 2만9천여개에 달하고 그밖에 세무감행 등의 방법에 의한다면 많은 사기업까지도 간접적인 감사의 대장이 될수있다. 따라서 감사원이 하려고만 한다면 그 역할과 기능은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새시대의 새로운 감사원에 기대를 걸면서 앞으로의 활동을 주시코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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