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스팸, 왜 자꾸 오나 했더니…개인정보 3500만건 빼낸 업자 3명 구속기소

중앙일보

입력

‘OO대리운전 VIP 고객님 항상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02-0000-0000.’

직장인 A씨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한 대리운전 업체로부터 이런 홍보성 스팸 메일 수십통을 받았다. 처음 문자를 받고 해당 번호를 ‘스팸 번호’로 분류했지만 업체는 발신번호를 바꿔 수차례 문자를 더 보냈다. A씨는 “더이상은 못 참는다”면서 “강력하게 처벌해 불법 유통된 정보로 스팸 문자를 보내지 못하도록 조치해달라”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A)에 신고했다. 또 다른 회사원 B씨도 “수신거부를 아무리 했는데 더 많은 문자가 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인터넷정보진흥원과 공조해 최근 3년 간 불법 취득한 대리운전 고객 정보 3500만 건으로 홍보성 스팸문자 3800만 건을 발송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서울ㆍ인천ㆍ부천 소재 대리운전 업체 대표 박모(35)씨, 이모(42)씨, 홍모(40)씨를 적발,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수도권 대리운전 이용고객 600만명에 대한 연락처, 출발지와 도착지 정보, 요금, 대리기사 명단 등이었다. 일부는 자동차가 없어 대리운전을 이용할 일이 없는 사람들의 개인 정보도 포함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 등은 불법으로 사들인 고객 정보를 서로 사고 팔며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주 박씨가 2009년부터 개인정보판매상과 대리운전 업주 등에게서 100만~200만원을 주고 얻은 고객 정보를 또 다른 업주인 이씨와 홍씨 등에게 넘겼다. 업주 이씨는 사무실에 296대의 휴대전화를 구비하고 컴퓨터와 연결해 동시에 스팸 문자를 발송하는 ‘망고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유포했다. 홍씨는 이씨의 망고 시스템을 전수받는 대가로 대리운전 기사들의 연락처 9만 건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은 1588 등 스팸 업체의 대표 번호를 정지ㆍ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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