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서항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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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연극인 서항석씨 (82·서울 성동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
50여년간 연출과 작품 활동만을 하면서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 온 사람이다.
『70년 무병 생활은 오과를 금했기 때문이지요. 아직 내 뒷모습을 보고 팔십 늙은이라고 여기는 사람 없을거요.』
오과란 과식·과음·과색·과로·과욕으로 이중 어느 하나라도 지나치면 몸을 다치게 된다는게 서씨의 지론이다.
물론 어떤 때는 오기로 술도 많이 마시고, 일에 쫓겨 72시간을 쉬지 않고 원고를 쓴 적도 있지만 50여년간 이 신념만은 염두에 두고 같았다고 회고했다.
『대학 다닐 때였어요. 학교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바람에 감기가 들었지요. 젊은 오기에 「감기 정도야」하고 몸을 돌보지 않았더니 심한 기관지염에 걸렸습니다. 지금도 아침이면 가래가 조금 끓는데 그때 영향인 것 같아요.』
그 이후 서씨는 금오과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또 몸을 수직선상에 둡니다. 의식적으로라도 가슴을 펴고 허리를 곳곳이하는 겁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등을 많이 굽히게 되는데 폐와 심장을 압박해 아주 나쁘지요.』
서씨는 이 덕택에 80이 넘었지만 꼿꼿한 자세에는 젊은이 못지 않다.
기자와 말을 나누는 1시간여 동안에도 그는 체육 시간의 어린 소년처럼 가슴을 활짝 펴고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나는 인삼이 받지 않은 태음인 체질이라고 해요. 그래 78년부터 태음인에 알맞다는 호두 3알·잣 30알·생밤 5개를 상식하고 있어요.
하루종일 심심풀이로 먹고 있는데 변비도 없어지고 부담도 오지 않아 지금까지 계속합니다.』
반면 서씨의 조그만 아쉬움은 바깥 공간과의 연결이 안 되는 「아파트」 생활의 단조로움이다. 특히 노인에게는 「아파트」 생활이 탑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이것을 시원하게 깨주는 것이 연극 관람.
『연극을 보는 것은 나의 의무요 낙입니다. 연극은 언제나 우리에게 생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면서 서씨는 바탕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만 급급 하는 오늘의 연극을 안타까와했다.
『한번도 내 글에 만족을 못 느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잘 쓸 수는 없는 지난 글들을 모아 전집을 내고 싶습니다.』
서씨는 이것을 자신의 마무리 작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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