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청소년 늘어 골치 앓는 일본|교사들 출근공포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근 일본에서는 『등교거부 「노이로제」』증세로 병원을 찾는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일본사회에서 늘기만 하는 「폭력교실」이 이처럼 교사를 「노이로제」환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동경도교원상조회가 운영하는 삼락병원(동경도신전준하대 소재)정신신경과에는 「노이로제」증상으로 한달 평균 1백명 정도의 교직원환자가 찾아온다. 이 가운데 30%가량이 제자들의 폭력에 떠는 『등교거부「노이로제」』환자들이라는 얘기다.
동경변두리의 모 공립학교 「베테랑」선생인 A씨(34)는 작년 가을 교실에서 수업 중 같은 반 여학생을 희롱하는 남학생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 직원실에서 그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난 뒤부터 수업에 자신을 잃고 심한 「노이로제」증상을 일으켰다.
역시 동경변두리의 공립중학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중년의 B여교사는 지난여름 교단에서 학생들을 차례로 불러내 시험지를 나누어주던 중 호명 당한 학생이 『네가 가지고 와』하고 호령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고 3개월 간 결근했다.
교사들이 겪는 고초가 이 정도니 가정에서인들 평온할 수가 없다』「요꾜하마」시에서는 한 어머니가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외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자신도 목매어 자살했다.
다음날인 19일에는 「나고야」시청의 과장인 아버지가 중3짜리 아들을 개처럼 쇠사슬로 목을 묶어 마당 철봉대에 38시간을 붙잡아매 놓았다가 감금죄로 경찰에 입건됐다.
두 경우 모두 아들의 탈선이 빚은 비극이다.
늘어나는 「폭력교실」과 청소년탈선에 일본사회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찰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가급적 학교에 처리를 맡긴다는 방침을 바꾸어 올해부터는 교내폭력에 대해서도 모두 입건, 구속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신체적으로 조숙하고 정신적으로 영양결핍증에 걸린 일본의 청소년들이 주역으로 등장할 때 일본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궁금한 일이다.
『등교거부「노이로제」』는 일본사회가 앓기 시작한 선진국병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동경=신성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