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경리부장 서울역 지하도서|의문의 시체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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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6일 상오4시30분쯤 서울 남대문로3가 서울역지하도 해태식당 앞에서 동아건설 경리부장 백낙송씨(41·서울갈현동6의90)가 머리와 다리에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해태식당주인 강효숙씨(22·여)가 발견, 서울적십자병원에 옮겼으나 이날 상오6시쯤 숨졌다.
발견자 강씨에 따르면 이날새벽 가게문을 열러 나와보니 웬남자가 가게앞 지하도역에 기대앉아 있어 걸인으르 생각, 지나쳤다가 상오4시50분쯤 다시 나와보니 그대로 앉아있어 이상히 여기고 가보니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 신음하며 있었다는 것.
숨진 백씨는 오른쪽 눈 위에 멍이 들고 왼쪽무릎에 찰과상을 입고 피롤 많이 흘려 지하도바닥에 흥건히 피가 괴어있었으며 온몸이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동료들에 따르면 백씨는25일 상오10시쯤 업무처리차 대전에 내려갔다가 하오5시40분쯤 귀경, 평소와 마찬가지로 하오6시쯤 퇴근했다는 것.
7년전 이회사 경리부장에 임명된 백씨는 지난해11월「사우디아라비아」등 외국여행을 마치고 귀국했으며 평소 고혈압증세가 있어 15일전부터는 지압술 치료를 받아왔다.
검시했던 적십자병원 이광형담당의는『백씨의 출혈은 혈압증세로 쓰러질 경우 코·입 등에서 갑자기 피가 많이 나올 수 있으며 안면과 무릎등의 타박상은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고혈압증세로 쓰러지면서 생긴 상처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백씨의 소지품중 손목시계·지갑·운전면허증이 그대로 있고 상처부위의 모양이 흉기로 맞았거나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 아닌 점으로 보아 일단 타살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백씨의 자택이 갈현동으로 귀가길이라면 서소문의사에서 구태여 서울역지하도로 건널 이유가 없고 소지품중 현금이 단 한푼도 없었으며 장소가 가장 번잡한 서울역지하도인데도 백씨가 쓰러져 피를 흘릴때 누구하나 도와준 사람이 없다는 점 등으로 보아 사고당일 백씨의 행적 및 퇴근후 약속등이 있었는가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가족들은 백씨가 원한을 살만한 일도 없고 부채관계도 없으며 고혈압 때문에 술도 안 마시고 생활이 건실했다고 말했다.
또 백씨는 하루용돈으로 교통비와 점심값 등으로 2천∼3천원 정도를 갖고 다니며 회사에서 돈을 취급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큰돈을 직접 갖고 다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3대 독자로 부인과 1남1녀가 있으며 일과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들어오는 등 가정적이었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한편 이회사 경리과장 조억환씨는 백씨의 성격은 말이 없이 조용한 편으로 강직했으며 회사안 사고도 일체 없었고 점심때면 늘 구내식당을 이용할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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