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과 임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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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생산성을 상회하여 임금인상을 하는 등의 업체에 대해 한국은행이 신규대출을 않도록 함으로써 과도하게 임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기 시작한 사실은 중요한 뜻을 지니고 있다.
이는 종래 거의 관행이 되어온 임금인상의 무원칙성에 대한 공식적인 도전이라고 해석된다.
이 기회에 임금과 「인플레이션」, 임금과 국제경쟁력, 임금과 생산성문제 등에 관해 솔직하고도 진지하게 논의를 하여 임금의 속성을 규명하고 가장 소망스러운 최대공약수를 찾을 필요가 있다.
흔히 임금문제가 제기되면 다다익선이라는 인기영합의 논리를 펴는 경향이 있으나 과연 격심한 임금상승현상이 근로자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국민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혀 합리적인 임금조정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우리를 포함해서 전세계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난국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의 동시진행, 즉 「스태그플레이션」의 만연이다.
60년대 이후 세계경제에 정착하고 있는「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은 경기후퇴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있음에도 강력한 힘을 갖게된 서구노조가 계속적인 임금인상을 실현토록했으며 그 임금인상분이 소비재에의 구매력으로 작용하여 물가상승을 유발한데 있었다.
그 후「오일·쇼크」가 「스태그플레이션」에 가세한 것은 모두 주지하는 바와 같다.
따라서 경제정책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기를 살리는데 역점이 두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매우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것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근원은 여러 가지 경제현상이 복합되어 있으므로 종합적인 대응책이 모색되어야할 것이나 현실적으로 생산성을 넘는 지나친 임금상승이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는것만은 틀림없다.
우리의 경우는 7O년대 중반기의 호황, 왕성한 중동진출등으로 일시적인 인력난이 일자 임금체계에도 혼란을 유발하여 대기업의 초임경쟁이 불붙었다.
대기업은 고임을 유지하는 자체 흡수력도 있었다고 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고임금에 접근하려는 저생산성 기업, 다시 말해서 중심기업의 임금부담을 가중시켜 이른바 생산성상승율격차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그밖에도 근로자는 물가상승을 「커버」하는 임금인상을 꾸준히 요구, 명목임금이 올라가면 물가를 따라잡았다고 화폐적착각(Money Illusion)에 사로잡혔지만 기업은 임금상승분을 제품가에 전가하여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함으로써 결국 물가는 임금을 앞서가곤 했다.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의 악순환이 될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노사대화를 통한 임금조정방식을 참고로 할 수 있다.
일본도 제1차「오일·쇼크」로 광난물가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7O년대 전반까지는 과격한 춘계임금인상투쟁을 벌여, 예컨대 74년에는 33%라는 최고의 임금인상을 관철했다.
그러나 임금과 물가의 순환관계를 주목한 노사는 「인플레이션」과의 투쟁을 전면에 내세워 76년이후 한자리숫자의 임금인상으로 자제한 결과 소비자물가도 한자리 숫자 상승으로 안정시켜오고 있다.
국내물가안정·생산성향상을 배경으로 일본경제체질은「엔」화의 강세가 보여주다시피, 막강한 국제경쟁력을 길렀으며 경제강국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80년중 서구제국의 현장노동자 시간당 임금은 「스웨덴」이 13「달러」, 서독이 12. 65「달러」, 「벨기에」가 12.47「달러」, 미국이 9.89「달러」인데 비해 일본은 5.65「달러」로 『서구의 인건비고민, 일본의 경쟁력강화』라는 표현마저 낳았다.
GNP의 해외의존도가 약80%인 한국경제도 대외경쟁력여부가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국내물가안정·생산성상승이 절대적인 요건일 것이며 그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서 임금문제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정립해야 한다. 생산성 상승률 이내에서 임금을 조정하도록 노사가 흉금을 터놓고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고전경제학에서 「데이비드·리카도」는 노동가치설을 주장하여 『상품가치는 투하노동양의 증감에 의해 변동한다』고 했지만 가치변동에 임금이 주는 영향을 무시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현대경제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후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피구」의 「피구」효과가 최근 주의를 받고있는 점도 유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피구」는 임금이 하락하면 물가도 내리고 그에 따라 구매력·소비가 증가한다고 역설한바있다.
이제 우리도 임금이론 및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대담하게 접근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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