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시작될 새 학기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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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거리로 나서면 아직은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차지만 그 바람 속의 햇살은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따사로운 햇살을 두 손에 담으며 이 봄과 함께 시작될 개강을 생각해 본다.
자아의 발견과 성장을 내심으로 다짐하고 시작했던 방학이 겨울과 함께 끝나고 있는데,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안일한 일상에서 나를 깨워줄 새로운 학기의 시작에 큰 기대를 걸어 본다.
어제는 오랜만에 학교에 갔었다. 겨우내 잦은 눈으로 꽤 많이 쌓였던 눈들이 녹고 그 질펀한 길 위로 한동안 못 보았던 얼굴들이 지나간다.
각기 사방으로 흩어졌던 친구들이다. 겨울방학동안 몰라보게 성장한 그들을 보고 기뻤다.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 작은 장사를 시작했었던 친구는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 했다.
방학동안 단 한번밖엔 얼굴을 볼 수 없었던 한 친구는 그간에 읽었던 책들과 그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과 사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과 함께 시작할 새 학기에는 내가 처음 대학의 문을 들어서며 다짐했던 수많은 꿈들을 정말로 내 것으로 하는 학기가 되게 하고 싶다.
적응을 못해 방황하던 1년과 내 자신을 찾기 위하여 애쓰던 1년을 보내고, 얻어진 나름대로의 기반과 세계를 확고하게 따져 나가야할 학년이다.
대학의 가장 큰 이념은 진리 탐구인데 그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과 창조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창조성이 없는 진리의 추구는 이론의 답습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는 이제까지의 이론의 반복적 학습에서 탈피하여 보다 새로운 진리를 내 스스로가 찾으려하는 창조성을 기르고 싶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 사회를 바로 보기 위한 뚜렷한 가치 판단력을 기르고 싶다. 빙산의 한 조각 만큼에도 지나지 않는 나의 편중된 지식만으로 만 세상을 비추어 보고, 다른 일체의 것은 거부하고 무시해온 옹졸함에서 벗어나 세상을 직시하고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고 내가 꿈꿔온 젊은이상과의 화해를 시도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자칫 사고능력이 깊어지고 현실을 비판하는 능력이 예리해 질수록 자신만의 성을 쌓고는 그 안에서 스스로만을 과신하고 자기본위로만 일체의 것을 판단하려는 지적오만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내 본위의 이기적인 삶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그러나 이젠 그런 생활태도에서 벗어나 내 주위를 돌아보고, 이 옷을 살피고, 그들과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하는 이웃이 되어야겠다.
더 큰 성장을 위하여 이번 새로운 학기는 지식에만 편중된 학업에서 인간을 배우고, 인간적 신뢰와 유대를 배우는 그런 학기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여대 3년 박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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