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 없는 KBS 새 「코미디·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KBS는 2월부터 제2TV에 「코미디·프로」를 신설, 매일 밤 15분 짜리의 「코미디·드라머」『싱글네 벙글네』와 「와이드·코미디」 『일요일이다! 코미디 출동』을 방영하고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코미디·프로」는 마치 저질의 표본처럼 거론되어 왔다는 여론에 비추어 KBS가 공영방송의 보수적 전통을 깨고 「코미디·프로」를 만들게된 것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작 「코미디」다운 「코미디」가 나오기까지에는 「코미디」의 본질인 풍자가 가능해야되는 방송주변의 여건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또 우리자신들이 지닌 「코미디」소재의 빈곤이 수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따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미디」는 했어야 했다.
이런 관점에서 KBS가 「코미디·프로」를 고정편성한데 대한 기대는 크다고 보는데 다소 유감스런 것은 새로 선보인 「코미디·프로」가 조금도 종래의 수준에서 발전하지 않은 체 구태의연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코미디·프로」를 만드는데 그만큼 사전준비나 지원이 되지 않고 벼락치기로 시작한 인상을 2월 이후의 KBS「코미디」를 보면서 느꼈고, 앞으로 이나마 명맥을 유지하게된 「코미디」가 살아남는 길은 방송국 자체의 각별한 육성책이 나와야겠으며, 어떤 악조건이나 반「코미디」적 분위기도 「코미디·프로」관계자들이 스스로 불식시켜야할 문제로 본다.
□…KBS 제2TV는 15일 밤『독점 여성들의 9시』에 요즘 사회문제가 된 입양문제를 다루어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낳은 정을 주장하는 친부모와 기른 정을 주장하는 양부모 사이에서 입양된 어린아이를 과연 누가 보호해야하는가 하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고 진지한 과제였다.
그런데 이 「프로」를 보면서 느낀 것은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전혀 진지한 토론이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이날 대담에서 참석자들은 대부분 입양이란 제도에 짐작, 생모의 호소를 외면하는 매몰참(?)을 보였다. 그런데 이 같은 일방성은 참석자의 구성상 필연적인 것이었다는 인상이 짙다.
이 「프로」에 등장한 생모는 시종「카메라」의 초점이 되었는데 이 사람은 미혼모의 문제로, 또 아이 아버지와의 결합문제로 흡사 「인민재판」을 당하는 듯한 따가운 질문을 받아야했다. 견디기 어려웠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프로」의 기획이나 진행에 결함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프로」가 시종 웃음 속에 진행된 것은 사회솜씨 때문이겠지만 이러한 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자가 자주 웃는 것은 바보스럽거나 남의 고통을 외면하는 무관심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신상일<방송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