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 1년이면 바로 차 보험료 깎아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2018년부터 새로 계약하거나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1년만 무사고 운전을 해도 보험료 할인을 받게 된다. 예컨대 2018년 1월 1일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2016년 10월 이후 사고가 없었다면 바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는다. 사고를 자주 내는 운전자는 지금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의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선방안을 20일 발표했다. 1989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25년 만의 첫 손질이다. 그 사이 자동차 수는 1940만 대로 7.3배 늘었고,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는 47명에서 2.4명으로 95%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 파손 등 물적 사고 비중은 58%로 2.2배 증가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감원 허창언 부원장보는 “89년도에 할인·할증제도를 도입할 때는 교통사고로 사망·중상과 같은 인명 피해가 빈발했으나 요즘은 물적 사고 비중이 높아지는 등 사고 유형이 달라져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가입자의 80%에 달하는 무사고 운전자의 부담은 줄이되 사고를 자주 내는 운전자는 부담이 늘도록 제도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무사고 기간 3년이 1년으로 단축된다. 1년만 사고를 내지 않으면 바로 보험료를 1등급(평균 6.8%)만큼 할인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료를 올리는 기준도 부상 정도, 손해 규모와 같은 사고 크기에서 건수로 변경된다. 큰 사고를 한 번 낸 운전자보다 사고를 자주 내는 운전자의 보험료가 더 많이 오른다는 의미다. 그동안은 사고 내용에 따라 0.5~4점씩 부과하고 이를 합산해 1점당 1등급만큼 보험료를 올렸다. 2018년부터는 사고를 한 번 내면 2등급, 두 번째부터는 3등급만큼 보험료를 올린다. 다만 50만원 이하 소액의 물적 피해는 보험료 인상 폭을 1등급으로 낮췄다. 박흥찬 보험감독국장은 “보험료를 많이 올리면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자비로 처리하는 운전자가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 소액 사고는 인상폭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08년식 국산 대형차를 타는 홍길동(45)씨가 사람을 치어 사망에 이르는 교통사고를 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홍씨의 할인·할증 등급은 11등급, 물적 사고 발생 시 할증이 시작되는 기준금액은 200만원으로 선택해 계약한 상태다. 현행대로라면 사고로 인해 보험료가 4등급만큼 올라 3년 동안 동일한 81만6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개정된 후에는 사망사고 한 건에 해당하는 2등급만큼 보험료가 오르고 이후 사고가 없다면 매년 보험료를 1등급씩 할인받게 된다. 3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하면 보험료가 원래 수준으로 환원된다는 얘기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한 해 동안 사고를 두 건 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동차 접촉사고가 두 번 발생해 수리비가 각각 40만원, 300만원이 나왔다. 점수제로 하고 있는 현재는 두 사고를 합쳐도 1등급밖에 오르지 않는다. 68만4000원으로 인상된 보험료를 3년 동안 내야 한다. 건수 기준으로 바뀌고 나면 한 번에 보험료가 81만6000원으로 오른다. 이후엔 무사고 운전으로 매년 1등급씩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77만2000원, 72만8000원으로 현행 제도를 적용할 때보다 많이 내게 된다.

 사람도 다치고 자동차도 부서지는 피해가 결합된 복합사고의 할증 수준은 2~3등급으로 축소된다. 그동안은 점수를 합산하다 보니 최대 6등급까지 보험료가 갑자기 올라가 부담이 컸다. 이번 제도는 2018년 1월 1일부터 새로 계약하거나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계약에 적용된다. 이때 반영하는 사고 경력은 보험 계약 3개월 전까지의 과거 1년간(2016년 10월 1일~2017년 9월 30일) 통계다.

 금감원은 이번 방안을 마련하면서 기본 보험료가 오르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험사의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게 하면서도 보험료를 산정할 때 위험이 실제보다 과대·과소 평가된 부분을 조정한 것이다. 운전자의 80%인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는 평균 2.6%(연간 약 2300억원)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50만원 이하 소액사고 운전자의 경우 당초 논의(2~3등급)와 달리 1등급 인상에 그쳤다. 1년만 사고를 내지 않으면 보험료가 원상 복귀되기 때문에 작은 사고를 내지 않으려 노력할 유인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자동차 보험료 할인·할증제=자동차보험 계약자가 교통사고를 내지 않으면 보험료를 깎아주고, 사고를 내면 보험료를 올려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1등급에서 26등급까지 있는데 처음 보험에 가입하면 11등급이다. 구간별로 할인·할증되는 보험료율도 다른데 평균 6.8%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