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엔 순간의 방심도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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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배구의 역전승과 역전패는 한순간의 방심에서 이뤄진다.
종합남녀 배구선수권 대회의 도공-호유의 일전이 바로 이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교훈적인 경기였다.
이날 두 「팀」의 대결에서 호유가 먼저 2「세트」를 따고 제3「세트」에서도 14-12로「리드」하자 대부분의 배구인들과 관중들도 호유의 승리로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음은 물론 호유의 선수들 얼굴에도 웃음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 같은 호유의 순간적인 방심이 의외의 역전패의 결과를 낳았다.
도공의 재주장이 된 엄익순이 눈 깜박할 사이에 왼쪽 돌파와 「블로킹」으로 14-14 동점을 만들자 장충 체육관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타이」가 되는 순간 많은 배구인들은 호유가 제3「세트」를 놓치면 역전패 당할 우려가 크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적중했다.
16-16까지 한 점을 주고 받으며 나란히 나가던 도공은 이날 승리의 수훈인 장신 유미옥(1백79cm)이 왼쪽돌파와「블로킹」으로 2득점, 힘겹게 18-16으로 제3「세트」를 따냈다.
호유는 1, 2「세트」를 먼저 따고 14-12의 유리한 고지에서 주공 김은희를 쉬게 하려고 뺀 것이 천려일실이었다. 그런데다 선수들 자신이 당황, 「팀·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않아 사기가 오른 도공의 노도와 같은 공격을 막지 못하고 어이없이 7점, 4점에 묶인채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 79년 12월 「바레인」에서 열린 「모스크바·올림픽」남자배구 예선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에 2-0으로 지고있다 잇달아 3「세트」를 따내 3-2로 극적 역전승한 경우와 흡사, 배구에서 한순간의 방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가를 입증하고 있다.
한편 경기가 끝난 후 석태환 호유 감독은 『참으로 어이없는 역전패였다 당초 팽팽한 대결이 예상되었는데 의외로 1, 2「세트」에서 선전하고 3「세트」에서도 유리해지자 선수들도 방심한 것 같다. 「세터」 박효자가 팔목부상으로 제3「세트」부터 빠진 것이 큰 타격이었다』고 말했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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