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금고 이사장 3억4천 만원 챙겨 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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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국민학교 어린이와 중·고교생 및 주민 1만 여명이 예금한 3억4천여 만원을 가로채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동작동 새마을금고 이사장 윤필중씨(52·동작동59의10)가 9일 상오9시쯤 서울 반포초등학교 등 관내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줄 저축예금 5천8백80여 만원을『시중은행에서 대출해 오겠다』부인 유화분씨(32)와 함께 행방을 감췄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76년4월부터 동작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반포국교생 6천5백 여명의 저축금 1억6천9백80만원, 반포중학생 6백56명의 저축금 83만원, 세화여중·고생 3천4백98명이 예금한 5천6백94만원과 주민 1천6백79명이 맡긴 1천2백14만원, 윤씨가 개인적으로 4∼5%의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주민 37명으로부터 끌어들인 1억5천7백30만원 등 1만2천 여명의 예금 3억9천9백64만원 중 3억4천1백 만원을 챙긴 후 달아났다는 것.
윤씨는 동작·방배·반포동 등 3개 동을 관할하는 동작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일해오다 지난해 4월 행정구역이 변경됨에 따라 이들 3개 동에 따른 마을금고가 따로 설립돼 자신의 금고를 해체하고 업무를 이관해야 하는데도『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개월 동안이나 이관을 미루어오면서 계속 여신업무를 취급해 왔다.
4번째 결혼 슬하에 3남4녀를 두고있는 윤씨는 10일 졸업식을 치른 세화여고 학생들에게 저축을 내줄 수 없게 되자 대지 47평 건평 33평짜리 2층 자기 집을 다른 사람 앞으로 등기 이전한 것으로 미루어 경찰은 계획적으로 마을금고 돈을 빼내 도주한 것으로 보고있다.「대명산 개발주식회사」라는 유령회사의 대표이사이기도 한 윤씨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직 외에도 반포국교 육성회장직도 맡고있으며 76년에는 서울시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마을금고 여직원 오덕심양(26)에 따르면 마을금고 직원은 이사장 1명과 여직원 5명뿐이어서 모든 업무를 이사장 재량대로 처리해 마을금고 기금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등 내용을 전혀 모르고 지내왔다는 것.
윤씨의 도주사실이 알려지자 반포「아파트」98동 옆에 자리잡은 금고 사무실에는 10일 하오 30여명의 주민들이 몰려와『달아난 윤씨를 찾아내라』며 2시간 동안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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