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불어치 금 50t 어떻게 양도했을까|미국서 이란에 넘겨주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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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인질석방의 대가로 미국이 1차적으로 「이란」에 넘겨준 금의 양은 총 1백63만2천「온스」(약 50t). 하나에 12.5㎏씩 나가는 길쭉한 금괴가 4천개다. 12.5㎏이라면 보통 집에 있는 TV 수상기의 무게.
싯가 9억「달러」가 넘는 이 금을 실제로 옮기려면 지상에선 50대의 「트럭」, 공륜에는 16대의 수송기가 필요하다.
총 중량은 50t밖에 안되지만 금괴를 수송할 때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조금씩 나눠 싣는게 보통이다. 이만한 양의 금이 만약 사고로 분실되거나 강탈당하는 경우 보험으로 손해는 메워지지만 국제금융시장이나 금값에 미치는 충격은 「끔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금괴수송 때 「트럭」은 대당 1t, 비행기라면 3t 정도를 싣는 것이 관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란」이 특별히 자국까지 인도할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괴를 멀리까지 수송할 필요는 없었다. 이 막대한 금의 소유권이전은 국제간 「텔렉스」와 금고 안에서의 약간의 위치변경 정도로 간단하게 처리됐다. 미국과 영국의 은행이 공동 연출한 이 「이전」 과정이 재미있다.
우선 「뉴욕」의 연방준비은행이 「켄터키」주 「포트·녹스」의 철옹성 안에 보관돼 있는 4천 개(50t)의 금괴에 「영국정부재산」이란 딱지를 붙였다. 이 덩어리들은 금고 안 한쪽에 따로 구분돼 있는 영국중앙은행 「코너」로 옮겨졌다. 금의 자리가 바뀌면서 동시에 국적도 바뀐 셈이다.
「런던」의 영국중앙은행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벌어졌다. 같은 양의 금괴에 우선 「영국재산」이란 딱지를 붙인 후 제3국의 역할을 하는 「알제리」 중앙행 구좌로 넘겨졌다.
미국과 영국의 금창고 안에서 수 십명의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4천 개의 금덩어리를 이쪽 나라의 「영토」에서 수 십m 떨어진 저쪽 나라 「영토」로 옮긴 것이다.
여기에 절차를 공식화하는 몇 장의 「텔렉스」 서류가 왔다갔다 한 후 모든 것이 끝났다.
관계당사국들 간의 신뢰의 바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절차는 지난 주말에서 이번주 초 사이에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번 사태로 「압류」의 위력을 뼈아프게 맛본 「이란」이 단순한 소유권이전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 금덩어리를 원할지도 모른다고 보고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지도 19일 「이란」이 지난 한 해 동안 「런던」에 보관하고 있던 자국의 금 30t을 비밀리에 본국으로 옮겨갔다고 보도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정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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