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의 전면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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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17일 국민학교 교과서의 내용과 체재를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전신교육에 중점을 두고 학습효과를 높일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국민학교 1∼3학년용은 내년에, 4∼5학년용은 83학년도까지 새교과서가 공급되리라고 하며, 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교과서 개편작업도 현재 진행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었다.
교과과정은 각급학교가 어떤 교과편제아래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것인가를 규정하는 일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교과과정이란 우리의 청소연들이 어떤 인간으로 자라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인간관과 교육철학을 집약하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무엇을 가르쳐야할 것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숱한 가능성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선택적결정의 과정이 필요한 것인데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특이성에 비추어 애국적국민을 기르기 위해 전교과서에 국민정신교육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수궁할만한 방향설정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교육과정은 정부수립후 대략 10년을 주기로 세번 바뀌었다. 55년의 첫번째 교육과정은 진보주의적인 교육사조와는 거리가 먼 교과중심의 개편이었으며, 63년 개편때 비로소 경험중심교육과정이 체계화되었고 73년에 개정된 현행 교육과정은 이른바 학문중심으로 교욱과정으로서 지적인학습을 개혁하는데 역점을 두게되었다.
현재 진행중인 국민학교교과서 개편은 읽기 자료중심에서 탈피, 학습활동의 절차와 방법을 소상히 밝히고 연습문제를 충실히 보완하리라고 한다. 또 어린이들의 학습흥미를 북돋기 위해 체재나 지질등 책의 품질도 높인다고 하는바 우리는 이같은 교과서개편작업이 자라나는 아동들의 학습효과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자 한다.
다만 의욕이 지나쳐 내용이 졸속으로 그치는 일이 없도록해야함은 물론이다. 교과서는 한번 편찬되면 수백만명의 학생에 의해 사용되기 때문에 단 한자의 오식이라도 범연히 보아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학교의 각 학년에 1백만명의 어린이가 취학하고 있고 중학교가 각학년에 80만명의 학생이 취학하고 있는 현황에서 그것이 10년에 한번씩 개편된다고 할때 하나의 교과서는 국민학교의 경우 1천만명에 의해, 중학교에서는 8백만명에 의해 사용된다는 추산이 성립된다. 교과서속에 어떤 하자가 있다면 그것은 8백만∼1천만명의 교육속의 하자임을 의미하게 되므로 특히 교과서 개편에 있어 신중을 당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가 편찬되고 교육현장에 적응되기 시작한 뒤에도 계속적인 교원재교육·실험 및 질적관리에 의한 학습효과의 보장이라는 사후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어떤 교과서나 교재가 아무리 잘 편찬되었다해도 그것이 교사에 의해 원래의 편찬의도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제대로의 학습효과를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교육과정이란 국제적진운과 보조를 같이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고유의 전통문화나 가치관을 살리는데도 중점을 두지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예로서 여중·고의「가정」·교과서의 경우를 들수 있다. 여기에는 「푸딩」 「미트볼」 「스파게티」「젠자오쓰」등 서양이나 중국요리를 만드는 법은 자세히 소개되어있지만, 정작 우리의 전통음식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조리하는가 등에 대한 실생활의 기본에는 지극히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족주체의식의 고취니 국적있는 교육이니 하는 거창한 「슬로건」을 인용할 것도 없이 밥짓는 법이나 된장끓이는 법에서부터 한식의 기본식단에 이르기까지 조상전래의 슬기가 담겨져 있는 우리의 고유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시급한 일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각급학교교과서 개편에 이런점을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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