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 과목 중 '수학' 가장 좋아하지만 진로정보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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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영재들은 기초과학 학문 중 수학을 가장 좋아하지만 관련 진로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서울과학고 등 전국 24개 과학고·과학영재학교 학생들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재단은 지난 13일 개막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 전국의 과학고·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을 초청했다. 총 26개 학교 가운데 강원·경북과학고를 제외한 24개 학교 학생 396명이 참가신청을 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이메일 조사한 결과 154명이 응답을 했다.

이에 따르면 학생 대부분(97%)이 ‘수학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기초과학 학문 중 가장 흥미를 느끼는 학문이 뭐냐’는 질문에 물리ㆍ화학 등을 제치고 수학을 첫 손에 꼽은 경우도 67%나 됐다. 수학이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응답은 0.67%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수학이 ‘실생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학문’(84%)이며 ‘국가 주요 현안 및 경제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85%)가 생각했다. 수학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인식은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학분야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7%가 ‘매우 그렇다’,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높은 호감도에 비해 실제 수학 분야에 대해 학생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과 산업을 연계하는 응용수학 분야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혹은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열 명 중 세 명꼴(34%)에 불과했다. ‘수학분야 유망 직업군을 몇 개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1%)이 ‘1~3개’라고 답했다. 소수(2.5%)지만 아예 ‘없다’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재단은 그 이유를 “오프라인 강연, 전문가 멘토링 등 실질적인 진로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은 탓”으로 분석했다. 설문에 따르면 ‘수학분야 진로에 대한 콘텐츠 및 정보를 접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 대부분(76%)이 정보 통로로 인터넷이나 책, 학교ㆍ교사를 꼽았다. 오프라인 강연 등을 통해 직접 전문가를 만나 본 경우는 약 18%에 불과했다.

재단 관계자는 “세계수학자대회 초청 행사가 과학영재들이 수학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8~21일 열리는 재단의 ‘과학영재, 미래 필즈상을 꿈꾸다’ 프로그램은 ‘필즈상으로 가는 길’ ‘응용수학분야 소개’ ‘수학분야 유망직업군 소개’ 등 총 3개 주제로 구성됐다. 각각 ^한국인 최초로 ICM에서 기조 강연을 한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 2010년 필즈상 수상자인 세드릭 빌라니 프랑스 에콜 노말 리옹대 교수와 만남(18~19일) ^미국수학회의 ‘수학적 순간(Mathematical Moments)’ 프로그램 체험(20일) ^전인태 글로벌금융학회 부회장(가톡릭대 교수)의 금융수학 멘토링(21일)이 예정돼 있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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