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들에게 길 열어 줘야지요"-문협리사장 불출마 선언한 조연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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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제는 물러나야지요. 후진에게 길을 열어 주겠다는 생각 외에 딴 이유는 없습니다.』
지난 73, 75년 문협이사장을 역임하고 77년 국제 「펜·클럽」한국위원회 회장선거에 나서기 위해 3선 출마를 포기하고 퇴임했다가 79년 다시 문협이사장에 선임됐던 조연현씨는 임기 2개월을 앞둔 25일 재선불출마를 단호히 선언했다.
『문협 내부사람에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야기해왔습니다. 내년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겠지만 이미 마음을 굳혔어요.』
번의는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다. 한국문인협회 총 의원 수는 1천4백여명.
전국 35개 지부 의원을 포함해서 시인5백20여명, 소설가 2백인여명 등 많은 분야의 대가족을 조씨는 이끌어 왔다.
『문협기관지 「월간문학」을 1백43호까지 낸것과 봄·가을 문학「세미나」를 빠뜨리지 않고 해온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지요.』
조씨는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또 가장 힘겨운 일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월간문학」지 한호 발간에 제작비 3백만원과 원고료 1백80만원이 소요되는데 경부보조가 3백만원 밖에 안돼 원고료 1백80만원은 「책이 안 팔리는 현실」속에 메워 나가기 힘들었다는 것.
문학「세미나」도 지방에서 개최하면 많은 비용이 드는데 예산부족으로 충실하지 못했던 것 같아 부끄럽다고 했다.
『원로문인 연금지급문제·원고료 인상문제를 위해 애써보았습니다만 능력이 없는 탓인지 잘 안되더군요.』허허하게 웃는 얼굴에 주름이 간다.
『새 이사장은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문인들의 화합과 친목이 더 잘 이룩되도록 애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물러가는 사람의 말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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