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시 르포] "진정되고 있지만…밤엔 밖에 안 나간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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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안정되고 있지만 밤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지난 9일 10대 흑인 청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북부 퍼거슨 시 일대는 분위기가 진정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밤에는 외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진정되면서 과격한 시위로 피해를 입은 업소들의 피해 상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곳에 위치한 한인 업소 20곳 중 7군데서 유리창이 깨지고 상품을 털리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세인트루이스한인회 조원구 회장은 “지난 10일 흑인들이 웨스트 플로리전트 거리에 위치한 상점들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약탈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퍼거슨 시에 위치한 한인 업소 20여 곳 중 7군데 한인 업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JS 휴대전화기 판매점과 뷰티 타운 서플라이 상점 두 곳이다. 피해 업소 2군데를 들러 확인한 결과, 시위대가 가게 안에 진열되어 있던 물건들을 훔쳐가고 난장판을 만들어놨다. 세인트루이스 한인회는 피해 업소들을 돕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 플로리전트 거리에서 미용재료상 뷰티 타운 서플라이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10일 오후부터 11일 오전까지 흑인들의 폭동으로 가게 유리창은 물론 가게 안 물건들이 모두 없어졌다.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난장판을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약대에 재학 중인 김상훈(24) 씨는 “큰 폭동이 발생한 퍼거슨 시에서 20분 떨어진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퍼거슨 시 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 상점들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일찍 문을 닫고 귀가하고 있다”며 “12일에는 갤러리아 쇼핑몰에도 수십 명의 흑인들이 들어가 애플 스토어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 폭동을 일으켜 쇼핑몰 뿐만 아니라 주변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사우스 카운티에 거주하는 염하영(21) 씨는 “퍼거슨 시는 세인트루이스 북쪽에 위치한 흑인 밀집지역”이라며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지는 않지만 폭동이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오후 6시 이후에는 밖을 다니지 않는다.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웨스트 플로리전트 거리에서 미용재료상을 운영하는 또 다른 한인은 “주변 가게들이 피해를 입었다. 11일 저녁에는 안전에 대비해 일찍 귀가했지만 그 후로는 평소대로 일을 보고 있다. 폭동 이후에도 낮에는 별 다른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들의 피해 소식이 전해지자 시카고 총영사관은 경찰 영사를 급파,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한종욱 영사는 13일 오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인 업소를 돌며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다행히 업소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피해가 발생해 한인들의 인적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더 자세하게 파악을 해야겠지만 일단 12일에 시위는 있었지만 약탈은 발생하지 않았고 점차 진정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박춘호·김민희 기자 minhee07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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