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3당대표 뭘 논의했나] 특검법 쟁점 반반씩 양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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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북 비밀송금 특검법 재협상에 활로가 열렸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3당 대표의 17일 청남대 회동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이날 만남은 청남대를 충청북도에 넘기고 일반에 개방하기로 한 18일을 하루 앞두고 盧대통령이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 등을 초청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선 대북 비밀송금 특검법.언론 문제 등이 논의됐다.

◆가닥 잡힌 특검법 개정=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특검법안의 명칭.수사기간 축소 여부.북한 관련 부분 수사 제외 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 한나라당 朴대행은 북한 관계자들을 익명 처리하고 특검이 수사 비밀을 누설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삽입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신 盧대통령은 "기간은 괜찮다"며 수사기간 축소를 거부하는 한나라당 입장을 인정했다. 양측이 절반씩 양보한 셈이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 관련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이라 돼있는 특검법의 명칭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민주당 鄭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명칭이 특검의 수사 방향을 예단한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盧대통령은 "예단하는 것은 안된다"고 한나라당이 양보해 줄 것을 희망했다.

특히 盧대통령은 "朴대표가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결단해 달라"고까지 했다. JP도 "부작용이 많다"며 盧대통령을 거들었다.

그러나 朴대행은 "과거 옷로비.조폐공사 사건 때도 그랬다"며 "명칭 문제는 사전에 합의된 사항이 아니니 현재대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거부했다.

일단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합의한 사안들은 법 개정 사항인 만큼 여야 총무회담으로 넘겨질 전망이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가 이날 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청남대 회동에서 합의한 사항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鄭총무는 "특검법 수사 대상과 수사기간에 대해 한나라당 측 의견을 수용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취재의 자유는 보장하겠다"=이날 청남대 회동에선 언론 문제도 거론됐다. 朴대행이 최근의 언론 길들이기 논란을 화제로 꺼내자 盧대통령은 "정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리자는 것으로 취재의 자유를 제한할 뜻이 전혀 없다"며 "앞으로 취재의 자유를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朴대행은 "전두환 대통령 때의 언론 통폐합, 김대중 대통령 때의 세무조사 등 역대 정권이 언론을 장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며 "용수철은 당기면 늘어진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盧대통령은 "언론이 정권 탄생을 좌지우지하려는 건 성공하지 못했다. 언론이 정권을 길들이려는 시도도 있었다"며 "각기 불신이 있지만 자기 갈 길을 가면 된다"고 못박았다.

다시 朴대행이 "언론이 정권을 길들이는 것인지 정권이 언론을 길들이는 것인지 인식 차이가 있다"고 했지만 盧대통령은 "그 문제는 다시 정리합시다"라고 말을 끊었다.

박승희.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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