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월드·컵」축구예선 참가 북한선수 석고같이 무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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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 22일 합동】지난 22일부터 「홍콩」에서 개막된 82년 「스페인」「월드·컵」축구「아시아」호주 D조 예선전에 참가 중인 북한선수들과 임원들은 어느 국제회의나 경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이 문자그대로 석고와도 같이 『무표정』한 얼굴들을 하고 다니고 있다.
경기장인 「홍콩·스타디움」에서 도보로 약10분 거리의 「리·가든」「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있는 북한선수들은 외부인사와의 접촉은 물론 바깥출입이 일체 금지돼 있고 식사도 「호텔」안에서 하고 있다고 이 「호텔」의 종업원들이 귀띔해주었다.
경기중이나 「호텔」안에서도 미소를 잃고 있는 북한선수들이나 임원들은 「홍콩」에 한국총영사관이 있고 한국교포가 약2천명이나 거주하고있다는 사실을 의식했음인지 항상 긴장된 표정을 보였다.
어느 날 그들은 「홍콩」의 「블로버·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축구의 노장 변호영과 한국기자들이 접근하자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피해 버렸다.
북한임원들은 투숙 첫날부터 북한선수들이 묵고있는 「호텔」방에 비치된 TV를 치워달라는 『해괴한 요청』을 하여 종업원들이 TV「세트」를 모조리 치워버렸는데 종업원들은 평균연령이 23세밖에 안된 젊은 북한선수들의 TV화면을 통해 『자본주의』의 화려한 상품의 선전이나 『「섹스」문화』에 『세뇌』될 것을 두려워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22일 야간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홍콩·스타디움」의 정문에는 짧게 깎은 머리, 구식의 검은 양복에 「넥타이」까지 맨 촌티가 흐르는 복장에 김일성 「배지」를 단 10여명의 북한임원들이 배회하면서 입장객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특히 한국교포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입장할 때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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