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서도 묵묵히 「인륜」을 다한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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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권식<남·59·충북 괴산군 도안면 광덕리>
동네에서 현대판 남자 심청으로 소문난 김권식씨. 그는 19세 때 아버지를 잃고 남의 집 머슴으로 전전하면서도 품삯보다는 어머니와 함께 기거할 수 있는 조건을 우선 내세웠다.
이같은 아들의 효성을 하늘이 시험이라도 하듯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 정귀녀씨가 앞못보는 불행이 닥쳤다.
그러나 김씨는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대소변·식사시중은 물론 좋은 약을 구하기 위해 서울·부산·진주 등을 헤매기도 했다.
어머니에게 남은 한이라도 없게 하기 위해 김씨가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7월 10일. 3년 동안 정성 들여 기운 재산목록 1호인 송아지를 팔아 마련한 돈 30만원으로 청주도립의료원에서 안막수술을 실시. 93세의 어머니는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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