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창고에 전자파를 투사|양곡의 도난여부 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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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거대한 곡물창고는 그 안쪽의 곡물이 도난이나 횡령을 당해도 몇 년이나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욱이 왕겨 등을 넣은 유사 곡물가마로 채웠을 때 이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과학원 나정웅 박사(전자공학)는 전자파의 특성을 이용, 곡물을 헐어 내지 않고도 창고내부의 공간이나 이물질을 찾아내는 장치를 개발해 양곡행정의 커다란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보통 전자파는 매질이 다른 물체를 지날 때는 파의 세기가 약화(감쇄)되고 시간지연이 일어난다.
나 박사는 우선 측정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이기 위해 폭 10m의 곡물창고를 10분의1로 축소한 모의 실험장치를 제작했다.
실험결과 7백15「메가헤르츠」의 주파수를 사용하면 80cm두께의 쌀에 의해 뚜렷한 감쇠가 측정됐다.
전파가 쌀·보리·왕겨·나무·가마니·공간을 통과할 때 변형되는 수치와 이론적인 계산 치와 비교함으로써 창고의 이상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나 박사는 이와 같은 원리는『지하자원탐사, 지하설치 물 찾기, 인체내부투시 등 다방면에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하고『실용화된 장치는 대당 가격이 2백 만원 수준으로 국내제작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나 박사는 이 장치에「컴퓨터」를 연결시켜 공간 및 이물질의 형태까지 볼 수 있는 연구도 추진중이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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