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移職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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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7일 전북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의 대상식품 제1공장의 포장 라인. 컨베이어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제품을 비닐로 묶고 라벨을 붙이는 종업원 9명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 라인의 관리자는 OP(Operator)라 불리는 한서운(39.여)씨. 올해 입사 11년차인 한씨는 기계의 전원을 켜는 것부터 원료 보충, 컨베이어 작동 여부 등 공정을 책임진다.

한씨는 "제품이 제대로 나오는지 점검하는 게 주 임무지만 기계가 고장날 때는 응급처지까지 한다"며 "우리 공장에는 여자 OP가 14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청정원'브랜드의 고추장.된장.간장류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전체 직원(1백51명)가운데 절반인 75명이 여성이어서 최근 남녀 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여성 직원의 대부분은 주변 마을에 사는 주부들로, 생산라인에서 근무하지만 이직률은 제로에 가깝다.

1989년 창사 이래 14년 동안 회사를 그만둔 사람은 네 명뿐이다. 두명은 정년퇴직, 다른 둘은 자녀교육을 위해 가족 전체가 도시로 이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낸 경우다.

이처럼 이직률이 낮은 것은 농촌 지역 특유의 가족 같은 분위기와 남녀 차별 없는 근무환경, 그리고 복리후생 시스템덕이다.

전체 직원의 70%가 10년차 이상인 이 회사의 여직원 평균 연봉이 2천만원을 넘는다.

또 하나 독특한 것은 직원 모두가 정규직이라는 것이다. 단순업무를 계약.위탁 용역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농촌지역 특성상 직원들간에 동질감과 유대감을 높이는 것이 회사의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노조가 창립돼 올해 7년째이나 지금까지 다툼이나 분규가 단 한건도 없었다. 한규은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요구를 하기 전에 회사가 모든 것을 알아서 척척 해줘 더 따지고 바랄 것이 없을 정도"라도 말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에는 노조가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자"며 상여금 2백%를 스스로 반납한 적도 있다. 회사는 연말에 상여금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 회사의 임종부 사장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의 1천2백억원에서 1천5백억원으로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순창=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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